“새 대통령, ‘기후에너지부’ 만들어야”[유능한 정부 만들기]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5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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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학회-동아일보 3·9대선 공동 기획] - ‘유능한 정부 만들기’ 분야별 정책 제언
①기후-에너지 통합조직 개편 방안

동아일보와 한국행정학회 국정관리혁신연구회는 3·9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가 다뤄야 할 10가지 분야별 정책 과제를 점검하고, 접근 방안을 제언한다.
환경부, 산업부에서 따로 노는 기후-에너지 정책
탈원전에 에너지 전환 정책 집중, 탈탄소는 뒷전
차기정부에선 기후-에너지 통합 부처 신설해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월 기후위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가 1.09도 올랐으며 지난 역사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IPCC는 최악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당부했다. “파리협약 합의인 평균 온도 상승 1.5도 이내 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국 정부가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에 착수해 2050년 이전 탄소 중립을 실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 숲에서 있은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 숲에서 있은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부응해 지난해 ‘2050년 탄소 배출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제기후 평가기관(Climate Action Tracker)의 평가는 매우 낮다. 100점 만점에 27점으로, 64개국 가운데 59위에 그쳤다. 3·9대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도 ‘표’가 되지 않는 탓에 기후변화에 대한 별다른 대응 구상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후 이슈는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안보 이슈가 됐다. 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14일 ‘기후-에너지 통합조직 개편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상황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면 에너지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탄소중립 신경제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정부 부처 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자원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에너지 전환 정책, 탈원전에 집중…탈탄소 뒷전
2020년 2월 7일 그린피스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와 해양보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얼음으로 조각한 ‘사라지는 펭귄들’을 전시하고 있다.
2020년 2월 7일 그린피스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와 해양보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얼음으로 조각한 ‘사라지는 펭귄들’을 전시하고 있다.
정부의 기후·대기 정책과 에너지 정책 기능은 산업자원부, 환경부, 탄소중립위원회 등 여러 조직에 분산돼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이 대부분 에너지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데도 대기보전 정책이 에너지 정책과 분리돼 사후적인 배출 저감에 국한돼 시행되고 있다. 정책 효과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기보전 정책과 기후변화 정책도 따로 놀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부처 간 업무가 중복되고 갈등이 지속되는 것도 장애 요인이다. 환경부와 산업부는 배출권 거래제, 배출계수 개발 사업 등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와 국무조정실은 전문성의 한계 등으로 제대로 업무 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 전환을 ‘탈원전’과 동일시하고 있는 점이다. 탈원전은 기후위기 시대 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박 교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탈원전에 집중되며 탈탄소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뿐만 아닐 파리협정 이행,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동향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경제성장 시대에 세운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여전히 펼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 교수는 “에너지 생산부터 이용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효율을 향상시켜 수요 자체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수요 관리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 기후-에너지 조직 통합…기후에너지부 신설
사진 출처: Flickr
사진 출처: Flickr
박 교수는 에너지, 자원 정책 기능을 산업 정책 기능에서 분리한 뒤 기후변화, 대기, 에너지, 자원 정책 기능을 일원화하는 신규 부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차기 정부에 제언한다. 그는 “그래야만 탄소중립 시대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신경제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추동력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조직 개편안으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환경부의 ‘기후(실)’ 기능과 산업부의 ‘에너지(차관)’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기후변화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2008년 신설된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부가 모델이다. 박 교수는 “기후에너지부로 개편 시 경제·산업 관련 부처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고 환경-경제, 진보-보수 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 개편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하나는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이관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환경부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다. 기후-에너지 외에 환경부의 전통적 기능인 대기(미세먼지) 정책까지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경제 활성화와 밀접한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 부처에 귀속시키는 데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 박 교수는 “규제중심적 환경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 개발 및 산업 육성이 위축되고, 안정적이고 값싼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산업계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기후-에너지 통합조직이 신설될 경우 명실상부한 탄소중립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여러 조직에 분산된 기능과 권한을 통합부처를 중심으로 재정립해 정책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배출권거래제 강화, 탄소세 신설, 탄소인지예산 운영 등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할 다양한 정책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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