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金 의혹 덮으려 공작”, 野 “李 3대가 범죄자”…막말 얼룩진 대선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7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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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9 대선을 82일 남겨 두고 대선판이 ‘네거티브 수렁’에 빠졌다. 여야 대선 후보 아들과 부인을 둘러싼 의혹에 여당은 ‘정치공작설’을, 야당은 ‘사전각본설’을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도 넘은 네거티브전에 온갖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쪽대본 막장 대선’이 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 원색적 비난 vs 무리수 해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1.12.16/뉴스1 © News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1.12.16/뉴스1 © News1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7일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에 대해 납작 엎드렸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알기로 (장남이) 은행에 빚이 좀 있다고 한다”며 “(도박을 한) 기간이 꽤 길고 그 사이 잃은 게 1000만 원까진 되지 않는 듯하다”고 했다. 다만 장남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저도 (아들에게) 확인했는데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며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들 관련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무리수’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한 방송에서 이 후보 장남이 성매매 업소 후기를 남긴 것과 관련해 “후기를 남겼다고 해서 반드시 갔느냐, 그 부분도 있다”며 “친구에게 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원색적 비판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검증특위를 맡고 있는 김진태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후보는 전과 3, 4범 이렇게 되고, 후보 아버지도 옛날에 상습도박을 했다고 (이 후보) 자서전에 적혀 있다”며 “아들까지 상습도박을 사실상 자백한 게 됐으니 ‘3대를 이어서 범죄자 집안 아니냐’는 얘기가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경력위조 등을 물고 늘어지며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신정아 씨 학력위조 사건을 거론하며 “김 씨의 허위 횟수는 (신 씨보다) 더 많다”며 “개인적으로는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이 아닌가 할 정도”라고 했다.

● 정치공작 의혹 속 고발도
여야는 서로에 대한 의혹 제기를 각각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설전을 이어갔다. 민주당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국민의힘이) 김건희 씨 의혹을 덮기 위해 저희 후보자 아들 문제를 갑자기 터뜨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김 의원이 이 후보 장남 관련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 측이 기획폭로 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아니면 말고식 주장을 했다”며 김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 씨 의혹) 보도가 나간 다음에 바로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력서를 흔들며 얘기를 했는데 다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획공세라고 얘기한 것이다.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받아쳤다.

정치권 관계자는 “각 진영이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에 집중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향한 의혹을 제기하고, 동시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더욱 비판 수위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 일일 연속극을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도덕성을 검증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대선이라는 선거의 의미를 생각해 봤을 때 너무 곁가지에만 매몰되는 듯하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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