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김정은 집권중에 공개처형 23건… 21건이 총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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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10년 ‘처형 지도’ 고발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서 (처형돼) 죽은 이들의 얼굴을 보게 했다. 경고의 의미였다.”

“차에 실려 온 사람이 개처럼 끌려나왔다. 이미 거의 죽은 상태였다. 아무 소리도 못 듣게 고막은 이미 나간 것 같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인 17일을 앞두고 북한의 처참한 인권 수준이 다시 확인됐다.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15일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성사진 등 정보를 종합해 북한 내 공개처형 현황 등을 고발한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mapping·지도)’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 집권 시기(2011년 12월∼2018년) 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27건의 처형 관련 진술을 확보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형 행태를 상세하게 기술했다. TJWG는 5개국(남북 미국 캐나다 영국) 인권운동가 및 연구자들이 만든 단체다.

○ “사형수 가족들 처형 지켜보게 해”


2014년 황해북도 사리원시. 당시 공개처형을 목격한 한 탈북자는 나무 기둥에 묶인 사형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형수의 입안에 자갈이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 1년 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공개처형을 지켜본 다른 탈북자도 경악했다. 사형을 집행하는 이들이 사형수에게 “사회의 악”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2012∼2013년경 한 탈북자는 평양에서 생활하던 시절 공개처형 후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화염방사기로 시체를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더 충격적인 건 북한 당국이 처형된 이의 가족들까지 맨 앞줄에 앉혀 이 장면을 지켜보게 했다는 것. 사형수의 아버지는 아들의 시체가 불타는 모습을 보다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고 이 탈북자는 증언했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에서 “당국이 가족들에게 처형을 강제로 보게 했다는 진술이 빈번했다”고 밝혔다.

인민반장들이 처형 집행 예고 알림을 받은 뒤 각자 담당구역 주민들을 참석하게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양강도 혜산시에 살던 한 탈북자는 2013년 공개처형 당일에 여성동맹 초급단체위원장이었던 자신이 담당하던 20여 명의 여성을 직접 데리고 처형장에 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미성년자들에 대한 총살형 현장도 목격했다. “처형 후 시체를 발로 밟아서 반으로 접었다. 자루 하나에 시체 하나씩 넣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싼 자루를 (당국이) 어딘가에 버린다고 했다.”

○ 처형 사유, 남한 영상 시청·배포 가장 많아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확보된 지역별 처형 건수는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13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함경북도(8건), 함경남도(3건), 평양·평안남도·황해북도(각 1건) 순이었다. 이는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이 지역 출신이 많은 것과 관련 있다.

27건의 처형 사례 중 공개처형은 23건이었다. 대부분(21건) 총살형이었고 나머지 2건은 교수형이었다. 공개처형 장소로는 개활지와 들판, 비행장 일대, 강둑, 언덕, 산 등 다양한 곳이 지목됐다. 이영환 TJWG 대표는 “김정은 집권기에는 상대적으로 외부 시선을 의식해 실내처형, 비밀처형이 많아졌다”며 “처형의 잔혹함, 비인간적인 면모는 선대인 김정일 시대 못지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정은#공개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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