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투기 연루’ 국민의힘 당혹…출당-제명 고심, 명단공개는 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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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김기현 원내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김기현 원내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월 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하자 이같이 말하며 국민의힘은 투기 의혹이 드러난 의원들에 대해 더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23일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소속 의원 12명이 땅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밤까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권익위의 오후 4시 발표 직후 의혹이 제기된 의원이 누구인지 신속히 밝히지 않았다. 앞서 권익위의 민주당이 권익위 발표 뒤 바로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자 “명단 비공개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출당 및 제명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8명, 가족 5명 합수본 송부
이번 조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된 뒤 민주당이 올해 3월 30일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한 데서 비롯됐다. 권익위가 6월 7일 민주당 의원들의 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치권에선 국민의힘도 조사를 받으라는 압력이 이어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6월 11일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했고, 국회의원 102명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437명 등 총 539명을 대상으로 7년 간의 부동산 거래 내역 조사가 진행됐다.

권익위 김태응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는 12명으로, 중복 1건을 포함해 의심 사례는 총 13건으로 확인됐다”며 “모두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13건 중 “부동산 호재가 있는 지역의 농지를 매입해 불법 임대차를 하거나 농지를 불법 전용한 농지법 위반 의혹이 6건”이라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토지보상법과 건축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은 4건이었다. 편법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이 2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이 1건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해 “실제로는 자녀에게 증여를 해놓고 매매를 한 것처럼 형식을 갖춘 뒤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경우”고 했다.

● 국민의힘, 연루 의혹 의원 일부 제명 고심
이 대표는 발표 전날인 22일 페이스북에 “제가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연루 의혹 의원 전원에게 탈당 권유를 했던 민주당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재차 강조한 것. 다만 실제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대응책을 두고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권익위 조사 발표 이후 긴급회의를 열었다. 원외인 이 대표는 탈당 권유와 출당 등의 강도 높은 대응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소명 절차가 우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적발된 의원들을 대상으로 소명 절차를 거친 뒤 혐의가 비교적 분명한 의원들 일부는 출당 및 제명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명단 공개는 신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원내 관계자는 “권익위 자체가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기관장을 맡은 곳이다. 거기서 의혹을 제기했다고 바로 탈당을 권유할 수는 없다”며 “다만 투기 혐의가 비교적 뚜렷한 1, 2명에 대해서 제명 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홍준표 “대선 후보도 조사 받아야”
권익위 조사 결과 발표의 후폭풍은 대선 후보로도 번졌다. 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다 받았는데 대선 후보들이 검증을 안 받으면 안 된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대권 후보와 그의 가족이 부동산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익위 조사 대상이 아닌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유력 대선주자를 함께 겨냥한 것.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엄정한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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