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군본부, “최단시간내 항원키트 적재” 지시하고도 안실어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1-07-26 03:00수정 2021-07-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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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파병함정에 신속 구비 지침
軍 감사 착수하자 뒤늦게 공개
출항후 “긴급화물 보냈어야” 지적도
해군본부가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용 신속항원키트를 최단 기간 내 구매해 파병함정에 적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은 23일 지침 하달 사실을 뒤늦게 밝히면서도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은 1월 14일 해군본부 의무실장 전결로 ‘신속항원키트 사용지침’이란 제목의 문서를 예하 부대에 내렸다. 문서엔 “최단 기간 내 항원키트를 구매해서 파병함정 등 모든 장기 출동 함정에 실을 것” “호흡기나 발열 증상 시 군의관 진료 후 보조적 목적으로 활용하되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보다 민감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적시됐다.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같은 취지의 지침을 합참과 해군본부에 시달한 데 따른 조치였다.

문서에 적힌 ‘파병함정’은 당시로선 2월 8일 출항하는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구축함)뿐이었다. 사실상 청해부대의 코로나19 방역에 항원키트가 중요하다고 보고, 최우선으로 적재하라고 지시한 것. 한 소식통은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 직후부터 해군 내에선 지침 하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군은 22일까지 “국방부 지침은 항원키트를 구비하라는 게 아니었다” “항원키트보다 항체키트가 정확하다”는 취지로 해명하다 국방부가 감사에 착수하자 23일에서야 지침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항원키트를 구매했지만 실무진 실수로 청해부대에 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해군 지휘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쉬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청해부대 34진의 출항 이후에라도 해군본부가 장병 안전과 직결되는 항원키트를 긴급화물로 청해부대로 보냈다면 초유의 방역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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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에 따르면 합참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문무대왕함의 작전 구역이 기존 아프리카 아덴만 일대에서 다른 아프리카 해역으로 결정된 지난달 3일부터 새 기항지에서 군수물자를 적재한 같은 달 28일까지 25일간 코로나19 대책 및 방역 관련 지시·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에 취약한 새 기항지로 향하면서도 함정 내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20일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 가운데 간부 1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는 25일 오후 9시 현재 전체 승조원(301명)의 90.3%에 달하는 272명이 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해군#항원키트#파병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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