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춰지는 바이든표 대북정책 발표…한미정상회담 이벤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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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6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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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News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News1
‘바이든표’ 대북정책 발표가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5월 중순 이후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 공개 ‘이벤트’가 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판단 하에 전면 재검토 작업을 밟아왔다. 정상 간의 합의에 무게를 둔 ‘탑다운’(하양식) 방식을 지양하고 기본적으로 성과가 없는 정상회담도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외교적 인센티브와 추가 대북제재 모두 구사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그러면서 동맹국과의 조율도 병행해 왔다. 지난달 미 국무·국방장관의 한국과 일본 연쇄 방문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미 고위당국자가 “수 주 내에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의 마무리 여부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잘리나 포터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3일 “구체적인 시간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일부에서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일련의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다음 달 말 중순 이후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베일을 벗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는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8년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해야 한다는 것과 종전선언을 통해 북미 간 불신 해소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변죽만 울렸을 뿐”이라고 ‘혹평’을 내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완(未完)의 북핵협상’을 비판한 것이다.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무게를 두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맞춤형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를 두고 사실상 싱가포르 합의 계승 등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용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는 외교가 안팎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정책을 최종적으로 조율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우리 정부도 최근 미 제약사 화이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대북정책 사안 조율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 조율에 있어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역으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면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등 대북 유화책을 얘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종전선언 등을 한미가 제안하더라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겠다’는 등의 북한의 답이 보장돼야 하는데 명확하지 않다. 지난 2019년 9월 북한은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적도 있다. 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한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대북정책이 나오면 한미동맹이 문제가 있다는 식의 해석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Δ창의적 방법 부재 Δ전략적 카드 선(先) ‘유출’ 방지 Δ‘급할 게 없다’는 판단 등을 두고서다.

박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일부는 이미 알려져 있다”며 “원론적이지만 지난 2월 북한에 대한 대화 시도 등을 통해 일부 확인됐다. 우선적으로 실무협상을 하겠다, 궁극적 목표는 북한 비핵화, 기존 대북제재는 유지한다 등인데 전반적으로 창의적인 방법이 부재하다는 게 첫 번째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북미 간에는 서로의 카드를 보여주지 않는 방법으로 이미 밀고 당기기가 시작됐다”며 “특히 미국은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이 있다. 급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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