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尹 ‘새 정치세력’ 출마 가능”…한국의 마크롱 만드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21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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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인터뷰서 마크롱 출범 '앙 마르슈' 언급
"새 정치세력 전통정당 깨고 다수당 될 수도"
인물 중심 정치세력화 선긋기…"목적 있어야"
"윤석열, 검찰 관료로 그만한 소신 못 봤다"
보수 야권 흡수하는 식으로 尹 조력 가능성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국민의힘을 향한 날선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이 언급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새 정치세력’의 정체에 대해 21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위원장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성공을 모델로 윤 전 총장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정치세력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통령선거와 관련 “강력한 대통령 후보자가 밖에서 새 정치 세력을 규합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대통령 출마를 하면 그것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이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출마하면 그 자체가 대통령 후보로서 준비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김 전 위원장은 제3지대와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제3지대와는 다른 개념”이라며 “예를 들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때 누구도 그 사람 보고 제3지대라고 한 적이 없다. 스스로 새 정치세력을 형성해서 대선에 출마하고 당선 되니까 전통적인 두 정당이 무너지고 마크롱 대통령의 앙 마르슈가 다수 정당이 되는 형태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김종인, 양당 정치 깨뜨린 마크롱 ‘앙 마르슈’ 언급

김 전 위원장이 예로 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라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Republique en Marche, 전진하는 공화국)는 프랑스 사회당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은행가 출신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016년 4월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는 새 정치운동을 하겠다며 출범한 독자적 정치운동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석 하나 없는 앙 마르슈에서 지난 2017년 사실상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고 극단주의 대한 경계와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대통령 당선이라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당시 그는 주요 양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의 당파 싸움으로 잊힌 중산층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외쳤다.

같은 해 진행된 프랑스 총선에서도 앙마르슈-민주운동당(Modem) 연합이 전체 577석 중 60%에 해당하는 350석을 확보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다. 기존 거대 양당이었던 공화당-민주독립연합(UDI)은 131석, 사회당-급진좌파당(PRG) 연합은 32석을 차지하며 의석 수가 크게 줄었다.

김 전 위원장은 마크롱 모델을 통해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정치세력을 구축하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가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으면 국민의힘을 따라 가는 후보가 생길 수도 있고 외부에 큰 대통령 후보가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갖고 대통령에 출마하면 거기에 국민의힘이 같이 합세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 인물 중심 정치세력화는 선긋기…“정치 목적 있어야”

다만 마크롱 모델을 단순히 인물 중심의 제3지대론으로 분석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김 전 위원장이 제3지대론을 부정하는 대표적인 근거가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그는 “제3지대라는 말 자체가 의미도 없고 제3지대가 있어본 적도 없다”며 “대선을 앞두고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총장이 대권후보 반열 올랐다가 그만 뒀을 뿐이지 그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제3지대를) 시도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달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 돼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이길 수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의 ‘새 정치세력론’은 결국 인물보다는 정당이 지향하는 바, 가치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정당을 만드는 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그는 “특정 정당에 들어간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론 프랑스가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니까 집어치우고 나간 것이다. 국민의 신망을 받은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서 기성 거대 양당(사회당, 공화당)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정치사회구조는 커다란 변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을 어떻게 제대로 운영할 것인가가 다음 대통령의 가장 당면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 보수야권 흡수하는 식으로 조력 가능성…“새 정치 도울 용의”

조력할 수 있단 여지도 열어뒀다. 김 전 위원장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용의가 있다. 지금은 그게 누군지 모르겠다”면서도 “윤 전 총장을 잘 모르지만 그 사람이 검찰총장으로서 보여준 것만 갖고 판단할 때 대한민국에서 검찰 관료가 그만큼 소신을 갖고 일한 사람을 처음 봤다”고 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정당을 만들거나 정치세력화하겠다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그동안 정치 행보를 보면 본인이 나서서 정당을 만들거나 정치를 재편하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도 윤석열 전 총장을 외부에서 코칭하다가 보수야권을 흡수하는 식으로 대선을 출마시키겠단 의도 같다”고 분석했다.

마크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프랑스 우파가 극우 르펜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마크롱을 지원했다”며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 보수우파가 진보진영의 당선 막기 위해 윤석열 전 총장이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 같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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