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 독려 현수막에 ‘내로남불-무능’ 문구 불허… 野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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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D-2]野문의에 불가 통보… 계속된 편파논란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 실시간 모니터링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다. 2, 3일 치러진 서울 지역 사전투표율은 21.95%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사전투표가 도입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 실시간 모니터링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다. 2, 3일 치러진 서울 지역 사전투표율은 21.95%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사전투표가 도입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7 재·보궐선거에서 ‘위선’ ‘무능’ ‘내로남불’ 등의 표현을 사용해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거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해당 질의를 했던 국민의힘은 4일 그동안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던 선관위의 해석과 조치를 문제 삼으면서 “선관위가 여당 선거캠프의 팀원이 됐다”고 반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내로남불=민주당’ 인식 가능해 금지”
국민의힘 사무처는 최근 선관위에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이깁니다”라는 투표 독려 문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해당 문구는 다른 정당(국민의힘) 등에서 상대 정당(민주당)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고 있고, 그에 따라 국민들도 어느 정당을 지칭하는지 인식이 가능한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된다”고 국민의힘에 통보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비판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김예령 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선관위까지 나서 더불어민주당은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이라고 인증하며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팀킬’ 팀원으로 합류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신영대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선관위가 악의적인 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를 불허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자의적인 해석으로 시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도 만약 어긴 사실이 있다면 선관위의 지적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 “투표권유 현수막엔 순수 투표독려만 허용”
최근 국민의힘이나 시민단체들이 선관위에 질의하면서 논란이 된 사안들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용이 아닌 투표참여 독려 문구다. 선거법은 후보나 선거운동원이 아닌 사람이라도 단순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허용하고 있다. 다만 선거법 90조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시설물 등에 정당·후보자의 명칭·사진 또는 그 명칭·사진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며 금지 문구를 규정하고 있다.

투표 독려를 위한 피켓 현수막 등은 설치 주체나 개수가 제한돼 있지 않다. 각 당이나 시민단체 등이 원하는 만큼 더 많은 현수막을 달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선거운동 피켓, 현수막은 개수가 제한되며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내로남불’ 등 문구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투표참여 시설물의 투표 독려 문구가 단순히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인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시민단체와 선관위의 주장이 달라 논란이 더해지고 있는 것.

서울시선관위는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르는 사실을 담은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현수막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보고 제한했고, ‘나는 성평등에 투표한다’는 문구도 금지해 편파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거짓말하는 일꾼 투표로 걸러내자” “정직한 후보에게 투표합시다” 등 일부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의 현수막도 제한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전투표하고 일 해요” “일찍일찍 사전투표(문구 자체는 가능하나, ‘일’자의 색상이나 크기를 달리하여 부각하는 경우)” 등 민주당이 질의한 문구도 선관위는 “특정 후보자의 기호(민주당 1번)를 부각한 표현”이라며 불허했다.

한편 서울시선관위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당 자체 여론조사를 인용해 “박 후보와 오 후보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리 숫자에서 한 자리 이내로 들어왔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준수를 촉구하는 행정처분 공문을 4일 발송했다.

이날 중앙선관위가 각급 선관위 직원의 업무 관련 민형사 소송 지원을 위해 책임보험 가입을 추진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중앙행정기관에선 이미 하고 있는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 이번 보선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지현 기자
#선관위#내로남불#무능#재보궐선거#투표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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