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윤석열-LH ‘삼중고’ 빠진 文…총선압승이 毒이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1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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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03.22.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03.22.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임기 내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거침없이 국정운영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고심거리가 늘어가고 있다. ‘LH 사태’로 민심이반이 커지고 있는 데다 여권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반면 차기 대선에서 여권의 맞수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2019년 북미 정상 간의 ‘하노이 노 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마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로 더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기 1년을 남기고 ‘삼중고’에 빠진 문 대통령의 상황은 지지율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추-윤 갈등’이 고조된 12월 일시적으로 30%대로 내려갔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올 신년기자회견 이후 다시 40%대를 회복했다. LH 사태와 윤 전 총장 중도 사퇴가 있기 전인 2월 4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41.8%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폭로하고, 4일 윤 전 총장이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반대하면서 사퇴한 직후에는 국정수행 지지율이 40.1%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반전됐다. 이후에는 3월 2주차 37.7%, 3주차 34.1%, 24일 30.4%로 내림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 청산’까지 거론하며 연일 강력한 투기 억제 의지를 밝혔는데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면에 보수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사퇴 이후 더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10%대 중반에 머물렀던 윤 전 총장은 사퇴 직후인 이달 8일 32.4%로 수직상승한 뒤 15일 37.2%, 22일 39.1%로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0.8%로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윤 전 총장이 물러나주기를 바랐던 여권의 바람대로 윤 전 총장이 중도 퇴진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이 정리되기는커녕 오히려 차기 대선판에서 여권을 위협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달 들어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약세로 돌아선 된 데는 국민적 분노에 불을 지른 LH 사태가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거기에다 진지한 논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이려 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그에 반대하며 사직한 윤 전 총장이 보수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한 정치지형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여권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 근본적으로는 여권이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지속해온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의 누적된 결과가 여권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은 총선에서 범여권을 포함해 180석에 이르는 거대 의석을 확보한 이후 부동산 정책과 권력기관 개편 등과 관련해 자신들의 의중대로 거의 모든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장과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임대차 3법’을 처리했고, 연말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한 공수처법 개정안과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권력기관 개편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여권이 ‘입법 독주’를 통해 밀어붙인 정책들은 하나 같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가 진작부터 제기된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여권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였고 이에 반대한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책의 역기능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하기 전 그런대로 굴러가던 검찰의 정권 관련 수사도 그의 사퇴 후에는 차질을 빚고 있다.

일련의 정국 흐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총선 압승이 여권에는 권력 기반을 다지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됐지만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국민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는 독(毒)이 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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