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던 여권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장 여야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는가하면 여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최저치를 경신하며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발표된 리얼미터와 JTBC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1.4%)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53.4%)가 양자 대결을 펼쳤을 때 지지율 격차가 22%포인트나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오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여권을 더 긴장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30% 붕괴 위기에 다다랐다. 22일 공개된 리얼미터와 YTN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 34.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4일 리얼미터와 YTN TBS 공동 여론조사 결과 30.4%로 조사돼 이틀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32.7%)이 더불어민주당(23.5%)을 9.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임기 초 8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으며, 악재가 터져도 대체로 40%대는 지켰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30%대에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23일 “국민의 마음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밝힌 것도 민심이반을 감안한 자세 낮추기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까지 정국 주도권을 쥐고 기세등등했던 여권이 이달 들어 급속하게 궁지로 몰리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중도층과 20, 30대 젊은층의 이탈을 초래한 핵심 요인으로는 ‘LH 사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가 꼽힌다.
왜냐하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이달 2일 참여연대 등에 의해 폭로되고 윤 전 총장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며 4일 전격 사퇴하기 전까지는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등 모든 여론 지표가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안정세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설 연휴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권 박탈을 목표로 시동을 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움직임이 그간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통해 상식과 법치주의 수호를 강조해온 윤 전 총장의 행보와 대비가 된 것도 여권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19~20일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32.5%)은 국민의힘(23.7%)을 8.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일주일 뒤 조사에서는 민주당 34.2%, 국민의힘 23.9%로 나타나 격차가 10.3%포인트 차로 더 벌어졌다. 선거를 앞두고 기존에 유지돼온 여당 강세 흐름이 2월 하순으로 갈수록 더 강화되는 양상이었던 것이다. 2월 4주째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비교적 안정세라 할 수 있는 43.4%를 기록했다.
하지만 3월 들어서는 모든 양상이 급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1월까지만 해도 10% 중반대의 지지율로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던 윤 전 총장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가 총장직 사퇴 직후 단 번에 32.4%로 수직상승하며 1위에 오른 것이 신호탄이었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후 칩거하면서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서울에서 40%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윤 전 총장이 3월 초 지지율이 급등할 때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갔다는 것이다. 3월 1주차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32.0%, 국민의힘 28.4%로 조사돼 전달에 10%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여야 간의 격차가 3.6%포인트로 좁혀졌고, 3월 3주차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0.3%, 민주당 27.2%로 오차 범위 이내지만 1, 2위가 역전됐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여야 간의 지지율이 뒤집힌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젊은층의 박탈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정부의 신뢰를 무너뜨린 LH 사태가 국민 감정에 불을 질렀고, 때마침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던진 정치적 결단이 보수 야권의 지지도 상승을 견인한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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