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퇴- LH분노 시너지, 여권 전례없는 위기 불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11시 49분


코멘트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대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던 여권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장 여야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는가하면 여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최저치를 경신하며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발표된 리얼미터와 JTBC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1.4%)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53.4%)가 양자 대결을 펼쳤을 때 지지율 격차가 22%포인트나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오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여권을 더 긴장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30% 붕괴 위기에 다다랐다. 22일 공개된 리얼미터와 YTN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 34.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4일 리얼미터와 YTN TBS 공동 여론조사 결과 30.4%로 조사돼 이틀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32.7%)이 더불어민주당(23.5%)을 9.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임기 초 8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으며, 악재가 터져도 대체로 40%대는 지켰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30%대에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23일 “국민의 마음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밝힌 것도 민심이반을 감안한 자세 낮추기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까지 정국 주도권을 쥐고 기세등등했던 여권이 이달 들어 급속하게 궁지로 몰리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중도층과 20, 30대 젊은층의 이탈을 초래한 핵심 요인으로는 ‘LH 사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가 꼽힌다.

왜냐하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이달 2일 참여연대 등에 의해 폭로되고 윤 전 총장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며 4일 전격 사퇴하기 전까지는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등 모든 여론 지표가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안정세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설 연휴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권 박탈을 목표로 시동을 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움직임이 그간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통해 상식과 법치주의 수호를 강조해온 윤 전 총장의 행보와 대비가 된 것도 여권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19~20일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32.5%)은 국민의힘(23.7%)을 8.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일주일 뒤 조사에서는 민주당 34.2%, 국민의힘 23.9%로 나타나 격차가 10.3%포인트 차로 더 벌어졌다. 선거를 앞두고 기존에 유지돼온 여당 강세 흐름이 2월 하순으로 갈수록 더 강화되는 양상이었던 것이다. 2월 4주째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비교적 안정세라 할 수 있는 43.4%를 기록했다.

하지만 3월 들어서는 모든 양상이 급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1월까지만 해도 10% 중반대의 지지율로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던 윤 전 총장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가 총장직 사퇴 직후 단 번에 32.4%로 수직상승하며 1위에 오른 것이 신호탄이었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후 칩거하면서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서울에서 40%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월 4일 사퇴가 수리된 후 대검찰청을 떠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달 3월 4일 사퇴가 수리된 후 대검찰청을 떠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윤 전 총장이 3월 초 지지율이 급등할 때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갔다는 것이다. 3월 1주차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32.0%, 국민의힘 28.4%로 조사돼 전달에 10%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여야 간의 격차가 3.6%포인트로 좁혀졌고, 3월 3주차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0.3%, 민주당 27.2%로 오차 범위 이내지만 1, 2위가 역전됐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여야 간의 지지율이 뒤집힌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젊은층의 박탈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정부의 신뢰를 무너뜨린 LH 사태가 국민 감정에 불을 질렀고, 때마침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던진 정치적 결단이 보수 야권의 지지도 상승을 견인한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