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중수청 속도조절에도… 與강경파 “檢 아직 막강” 몰아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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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文대통령, 개혁 안착 강조”
신현수 사태에 숨고르기 모드… 與내부서도 “서두를 필요 있겠나”
초선 16명은 중수청 공청회 강행… “공수처는 검찰 견제하기엔 미흡”

올해 초부터 중대범죄수사청(가칭) 등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에 매달렸던 여권이 속도 조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을 해체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왔지만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파문이 여권 전체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 “국정과제가 검찰개혁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강경파 의원은 “(검찰개혁을) 지금 하지 못하면 아예 21대 국회에서 못 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 文 “수사권 개혁의 안착” 강조

당초 민주당은 검찰개혁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6월까지 중수청 설치 입법을 완료한다”는 로드맵까지 세워놓았다. 그러나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신 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파열음이 불거지면서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23일 “일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고,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도 시작됐지 않냐”며 “격한 내부 갈등까지 무릅쓰면서 중수청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6대 범죄의 수사권만 갖게 됐지만 중수청이 출범하면 이마저도 박탈당하게 된다.

여기에 박 장관은 전날(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올해부터 시작된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반부패 수사역량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소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 내부에서 속도조절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다.

청와대 역시 공수처 입법 때와는 달리 중수청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수청 논의와 관련해 “국회의 논의를 존중한다”며 “민주당에서 중수청 설치 법안을 발의하면 당청 간에도 의견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의 성공적인 안착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 박범계-특위 회의에서도 의견 엇갈려

반면 ‘반윤(反尹) 강경파’로 불리는 일부 여당 의원은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검찰개혁특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저에게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속도조절론이 전해진 바 없다. (신 수석 사의 파문도) 큰 영향은 없다”며 중수청 입법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민주당 황운하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여권 초선 의원 16명은 이날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수처 출범에도 검찰의 막강한 권한에는 변함이 없다”며 중수청 설치를 촉구했다. 황 의원은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무리한 수사, 별건 수사, 모니터링 수사를 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그럴듯한 성과를 낸 것처럼 착시를 불러일으켜 왔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수처는 미니 조직에 불과해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미흡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검찰이 보완 수사권과 6대 범죄 수사권 등을 보유해 실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박 장관과 당 검찰개혁특위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과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 나왔다”며 “중수청 입법은 결국 당 지도부가 추가 당정 협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율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박효목 기자
#청와대#중수청#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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