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수석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지만 다른 참모들과 별다른 인사를 나누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홀로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법조계는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을 중재하려 했던 신 수석의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 분노한 신 수석도 어느 정도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복귀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것. 사의 표명의 원인이 된 검찰 인사에서 신 수석과 박 장관 간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가 되면서 신 수석이 그만둘 명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거듭 사의를 만류한 데다 청와대 참모진이 잇따라 신 수석에게 사의 철회를 설득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알려진 16일 이후 청와대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물론이고 신 수석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비서관들까지 신 수석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경우 예상되는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 수석이 임명 한 달 반 만에 청와대를 떠날 경우 임기 말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가 불가피하기 때문. 자신의 거취 문제가 정치권 논란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뜻만 고집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신 수석과 함께 일했던 한 법조인은 “문 대통령과 신 수석은 정말 특별한 사이”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사의를 말리고 나선 이상 이를 거절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이 일단 복귀했지만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남기보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일단 남았다가 후임 인선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에 맞춰 그만두는 ‘시한부 유임’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휴가 기간 중 주변에 스스로 “동력을 상실했다”고 했던 신 수석이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직무를 계속 수행하긴 어렵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신 수석을 향해 “자기 정치 하려고 하면 (민정수석) 못 하는 것이다. 자기 의사가 반영 안 됐다고 사표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공격했다.
특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것은 상황이 확실히 일단락된 것”이라고만 했다. “일단락”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의 파동이 현 단계에서 봉합된 것이지 신 수석이 완전히 복귀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청와대는 신 수석의 “거취 일임” 발언에 문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물론 신 수석이 계속 자리를 지킬지 교체될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했다”는 표현도 없었다. “거취를 일임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쭉 가’ 이러든지 교체하든지 여러 고민을 할 것”이라고만 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비서가 오래 근무할 수 있겠냐”며 “논란이 가라앉은 뒤 교체하기로 정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의 한 참모진은 “신 수석이 문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마지막 민정수석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 봉합은 됐지만 원전 수사 등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 등으로 잠복된 불안요소가 다시 터지면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다시 불거져 신 수석의 거취 문제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박 장관과 신 수석) 둘이 병존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청와대는 본격적인 레임덕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다시 거두려면 당연히 법무장관을 해임해야 영(令)이 서지 않겠나”고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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