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여 온 ‘경제 3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8일 강행 처리에 나섰다. 경제단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이번에 의결하신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지라”고 했지만 일부 조항만 완화한 채 일방적으로 의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는 백혜련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명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안건조정위에 2명이 배정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민주당이 단독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오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에워싼 채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고 외치는 등 거세게 항의했지만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상정 30분 만에 단독 처리했다.
백 의원은 이날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에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각각 3%씩 인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초 합산 3%만 인정하기로 했던 정부 원안에서 일부 물러난 배경에 대해 “대기업과 달리 대처 능력이 부족한 중견기업이나 벤처기업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이 살아있는 한 ‘3%룰’에 대한 수정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민주당은 생색을 내고 있는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체가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독소 규제”라고 했다.
‘거여(巨與)’로 뭉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작해 일사천리로 의결한 상법 개정안과 달리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민주당 2중대’ 탈피를 선언한 정의당의 반대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정무위 안건조정위에 참여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안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민주당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 국회법상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위원 6명 중 3분의 2의 동의가 없으면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복병의 등장에 민주당은 우선 안건조정위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조정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속고발권을) 존속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전체회의에서 수정해 가결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이날 오후 11시가 넘어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는 “민주당이 꼼수를 쓰고 거짓을 뿜어냈다. 다른 당(정의당)까지 끌어들여 속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은 배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에서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수정안을 철회하고 안건조정위에서 정한대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꼼수 사기극’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당은 전속고발권을 유지시키는 수정안을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재계는 여권의 경제 3법 강행 처리에 거세게 반발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혹감과 무력감을 느낀다”며 “지금이라도 개정법안 처리를 유보해달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6단체도 공동입장문을 내고 “경제계의 핵심 요구사항이 거의 수용되지 않은 법이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그것도 기습적으로 통과가 추진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14개 업종에 고용보험을 의무 적용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특수고용직 보호 법안을 의결했다. 경총은 “경영계 입장이 단 한 가지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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