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성’ 꺼내든 김종인…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기업인?[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12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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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꼭 승리로 장식하고….”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미래통합당의 새 당명) 시·도당 위원장 회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재집권 기회를 만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내년 4월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먼저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언급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면 대선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후보를 제대로 골라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쉽지 않은 책임을 떠맡게 될 서울시장 후보는 어떤 사람이라야 할까.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참신성’이라는 단어를 맨 먼저 꺼내들었다. “가급적이면 새로운 얼굴에, 새로운 서울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은 권영세 의원과 나경원 김세연 김용태 전 의원, 김선동 당 사무총장,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등이다. 아울러 정부의 주택임대차 3법의 부당성을 콕 짚은 임차인 연설로 ‘스타’가 된 윤희숙 의원도 후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유력 주자로 손꼽을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전·현직 다선(多選) 의원들에 대해 “본인들이 (후보감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라며 선을 긋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의 판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이를 발판 삼아 선거에서 승리하자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후보자 경선 방식부터 바꿔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참여를 대폭 늘려 국민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만들어내자는 취지다.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우선 당원처럼 일반 국민도 투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선거인단을 추가로 구성하고, 국민 참여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경선 방식은 당이 주도하고, 국민은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외부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선 경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경선은 선거인단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해 치러진다. 선거인단은 당원명부에 등재된 책임당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당내 지지기반이 없는 외부 인물이 공천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민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TV예능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재미있고, 많은 국민의 참여가 가능한 방식이 필요하다”며 “이런 구조를 가질 때 본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7년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7년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동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경선 흥행을 높일 수 있는 후보들로 거론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도 최근 “같이 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의견을 밝혔다”며 “그 선택은 안 대표에게 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안 대표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안 대표 후보 차출설과 관련해 “외부 인사에 시장 후보를 뺏기는 우둔한 짓은 절대 안 한다”며 부인한 상태다.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 안팎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물이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여러 가지 이유 등으로 후보군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제3의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귀띔할 정도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흑묘백묘(黑猫白猫)론’마저 거론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활동 이력 등과 상관없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사를 후보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김종인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위기를 타개해나갈 역량과 경험을 갖춘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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