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교류 대북접촉 허가 없어도 돼… 北친척과 단순 연락 땐 신고도 면제

황인찬기자 , 신나리기자 입력 2020-05-27 03:00수정 2020-05-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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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법 30년만에 손질 추진
기업 북한사무소 개설 토대 마련
“친북세력 활동에 무방비” 우려도
대북 사업이나 교류 목적으로 북한과 접촉하는 경우 기존에는 통일부의 허가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신고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 등을 방문해 북한 주민과 접촉하는 것은 아예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통일부는 26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국민들의 활동을 보장하려는 제도의 취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한다”며 제정 30년 만에 대폭 수정된 교류협력법의 개정 방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대화 진전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남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이를 위한 핵심적인 입법 토대를 정부 차원에서 갖추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 주민과의 단순 접촉은 신고 규정을 아예 없애버리는 등 최소한으로는 유지되어야 할 대북 경계망이 한꺼번에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北과 경협 접촉, 허가에서 신고제로
통일부는 26일 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하며 사업, 취재 등 지속적으로 북한과 접촉을 갖는 것을 기존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통일부 장관이 접촉 신고를 받은 뒤 국가 안전보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거부권이 삭제된 것. 한 정부 당국자는 “기업인 등이 북한과 사업 및 교류 구상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면서 “다만 실제 사업에 들어갈 경우에는 기존처럼 협력사업 신고를 해야 하고 정부가 이에 대한 수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향후 통관 시 관세법이 아닌 교류협력법에 따라 신고하고 처벌하는 방안을 담도록 해 통일부가 남북 간 통관 절차를 직접 관리하게 된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남북 간 협력사업의 주체로 명시해 지자체가 대북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길도 연다. 법인 및 단체가 남북 교류협력 추진을 위해 북한에 사무소를 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향후 대북 제재가 풀리게 된다면 평양에 삼성, SK 같은 대기업 사무소를 열 수 있는 국내적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반면 기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제한·금지할 때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서 개성공단을 중단시킬 때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어서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 우발 가장한 대북 접촉은 사전 차단 어려워져
통일부는 이날 교류협력법 개정 방향을 설명하면서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들은 굳이 신고·수리하는 제도가 필요치 않다”고 했다. 해외여행 중 우발적으로 북한 주민을 만났을 때, 이산가족이나 탈북민이 북한 내 친지와 안부 목적으로 단순 연락하는 경우, 연구 목적으로 대북 인사와 접촉하는 것 등은 신고 자체가 필요치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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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발적·단순 만남을 가장한 대북 접촉을 미리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접촉 신고 정보는 남북 교류, 대북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서 관계 기관이 공유해 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과도했던 단순 접촉 관련 규정을 현실화한 것이지만 북쪽을 추종하는 일부 세력들의 대북 접촉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남북교류법#교류협력법#개정 추진#통일부#남북 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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