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앞장섰던 김여정의 ‘돌변’… 사실상 김정은 대신해 靑비난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정은 남매 노골적 대남 불신… 北 2인자 담화로 남북관계 더 경색
정부 곤혹… 靑 공식반응 안 내놔

사실상 ‘북한 2인자’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사진)이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 “저능한 사고” 등 말 폭탄을 쏟아부으면서 남북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여정은 3일 담화에서 북한의 전날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해 청와대가 강한 유감과 함께 중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 “우리(한국)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북한)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우리”라고 했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삼갔지만 청와대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것.

김여정이 북한의 단거리 도발에 대해 이전 수준의 유감만 표명했던 청와대를 향해 이례적으로 비난 강도를 높인 것은 ‘단거리 발사는 북한의 통상 훈련’이라는 프레임 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단거리 미사일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미국은 지난해부터 ‘단거리 묵인’ 기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달리 단거리는 대남 위협이 되기 때문에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데 향후 대응이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김여정의 첫 담화란 형식을 통해 맹비난을 한 것에 정부 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김여정은 2018년 2월 사실상 대남 특사로 내려와 문 대통령과 4번 만났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오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환송연을 갖는 등 그간 ‘김정은의 유화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당시 환송연에선 “제가 원래 말을 잘 못해서”라며 수줍게 친근감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4·27정상회담에서 “남쪽에선 아주 스타가 됐다”며 김여정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렇던 김여정의 ‘돌변’에 대해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김여정 남매의 깊은 대남 불신을 김여정이 직접 나서 강도 높게 전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하던 ‘조연’에서 벗어나 김여정의 독자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의 해임 이후 김여정이 사실상의 후임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백두산에 올랐을 때 ‘나의 후계자가 김여정 동무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소식통을 통해 접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건강 이상이나 급변 사태 시 (김여정의) 섭정 체제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는 4일 김여정 담화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서 전날 김여정이 도입을 비난했던 F-35A 스텔스기 등을 언급하며 “우리 공군의 위용에 마음이 든든했다”고 했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자 6·15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며 “전쟁의 비극을 되돌아보면서 안보와 평화의 의지를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북한#김여정#담화#문재인 대통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