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 첫 마라톤 전원회의 김정은…신년사에 담길 메시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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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 3일차인 30일 “간고하고도(처지가 어렵거나 힘들고)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비핵화 및 대북 제재와 관련해 ‘새로운 계산법’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대미 항전 태세로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은 미국의 완고한 입장 탓에 새해에도 제재 해제가 불투명한 만큼 어떻게든 자력으로 경제 활로를 뚫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기대를 걸어 제재 해제라는 ‘외도’를 하지 않고 북한이 원래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준비할 데 대해 보고했다”고도 했다. 29일에 이어 다시 언급된 ‘공세적인 조치’가 ‘정치외교’와 ‘대응조치’로 세분화됐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선제조치가 아니라 대응조치라고 한 것은 북한이 주도해 대화 판을 엎기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행동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적 조치를 준비하겠다는 것은 미국을 향한 게 아닌 중국과 러시아와의 결속을 염두에 둔 표현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대북제재 완화를 대거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듯 북중러 중심의 다자외교 활용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 미 국무부는 30일(현지 시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대북제재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실무회의가 열린 것과 관련해 “섣부른 제재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며 견제했다.

김 위원장은 28~30일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31일 추가 회의를 예고하며 집권 후 첫 마라톤 전원회의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북미 협상이 좌초되면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새로운 길’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 위원장이 30일) 전원회의에서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정형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했다”며 “해당 의정의 결정서 초안과 다음 의정으로 토의하게 될 중요문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전원회의의 결산 연설 성격이 될지 주목된다. 관건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앞세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예고할지 여부다.

미국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이 대치가 아닌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최선의 길은 핵무기 제거를 통해 주민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를 북한 지도부에 확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시각을 유지할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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