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출국’ 美비건, 일정에 없던 中 전격방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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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8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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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비공개 강연을 마친 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News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비공개 강연을 마친 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News1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 일정을 마친 뒤 19~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무부는 “국제 대북 공조(international unity on North Korea) 유지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가 지난 13일 비건 대표의 일정을 발표했을 때 중국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과 이날 발표된 방문 목적을 고려해 보면 비건 대표의 방중은 중국과 러시아가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제제 완화가 대북 레버리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만큼 비건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으로부터 결의안 제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 듣고, 중국 정부에 대북 제재 대오 유지를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연말 전후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대응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러가 북한의 해산물과 의류 수출 금지 규정과, 북한 노동자 송환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자 미 국무부는 지금은 제재 해제를 고려할 시점이 아니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강력한 제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고 보고 있는 미국은 제재완화를 위해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러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를 결의안의 형태로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목소리를 보다 강하게 낸 것이다.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내 북한 문제 전문가 포럼인 미북한위원회(NCNK)의 대니얼 워츠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돌아간다고 해도, 중·러는 새 결의안 채택(혹은 기존 제재 이행조차도)을 반기지 않을 것이란 신호”라고 진단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를 미중게임에서 레버리지로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북한을 이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나오기 시작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차례 방중과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장의 방러 속에서 북, 중·러 간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2017년 북미 간 일촉즉발의 대결 상황에서 제재 대오에 동참하면서 이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함이지 북한 정권을 질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Δ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Δ한반도 비핵화 Δ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3원칙을 견지해왔다.

미국과 중·러가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은 달리하지만 중·러는 한반도의 안정을 원하고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은 북한 문제에서 상황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미와 중·러 간 교감이 연말 북한의 행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020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7년과 같이 막무가내식 도발을 하기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우 북한 또한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해 왔다”는 점을 들어 향후 로켓 발상 가능성을 내다봤다.

비건 대표의 방중은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이다. 비건 대표는 앞서 지난 15일 방한해 2박3일간 한미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선 “내가 한국에 와 있고, 북한은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회동을 전격 제안했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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