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협상” 13시간뒤 美 보란듯 SLBM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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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910km 치솟아 460km 날아가
신형 북극성-3 추정… 核타격 시위
美 “北 도발 자제하고 협상 임해야”… SLBM 발사 10시간뒤 ICBM 훈련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실무협상 개시를 발표한 지 13시간여 만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유력한 발사체를 발사했다. 북한의 SLBM 도발은 2016년 8월 함남 신포 앞바다에서 북극성-1형의 발사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북-미 실무협상(5일)을 앞두고 기존 단거리미사일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기습 핵타격 위협을 과시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군은 2일 오전 7시 11분경 강원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며 고각(高角) 발사된 뒤 정점고도 910여 km를 비행해 460여 km를 날아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0일 이후 22일 만이고, 올 들어 11번째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사거리가 2000k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가장 긴 사거리의 미사일 도발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월 현지 시찰을 통해 직접 공개한 신형 잠수함(3000t급 추정)에 탑재할 북극성-3형 신형 SLBM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 SLBM을 해상 바지선이나 신형 잠수함에 실어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CNN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일단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내고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의 SLBM 도발 10시간 뒤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예고한 대로 모의 탄두가 장착된 미니트맨3 ICBM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 미군은 발사 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발사는 미군의 전략 억제력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라며 북한 등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훈련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북핵 실무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길’이라는 이름이 3일 오후 1시 50분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가는 항공기(CA911편) 비즈니스석 예약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측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실무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2일 오전 7시 50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연 뒤 “(북한이) SLBM을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미사일 발사#북미 비핵화 협상#slbm#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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