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해명 이후에도 ‘인턴증명서-표창장 조작’ 줄줄이 터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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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조국 청문회]
〈1〉조국 부인-딸 입시비리 의혹… 논문 제1저자 파문으로 시작
장학금 특혜-스펙 품앗이 논란… 조국 부인, 조작 직접 관여 의혹
曺후보자는 “몰랐다” 해명 반복… 여권인사 지원 논란도 불거져

《‘8·9 개각’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져 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비로소 법적 효력을 갖춘 검증 과정을 거친다. 더불어민주당은 “의혹만 무성한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앞선 기자간담회처럼 마냥 몰랐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조 후보자는 과연 국회 검증대의 칼날을 넘어설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 중 △딸 스펙 조작과 부풀리기 등 입시 의혹 △가족 사학재단인 웅동학원 관련 의혹 △가족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 핵심 이슈를 정리했다.》
6일 조국 후보자 청문회의 핫이슈 중 하나는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이 2주 인턴으로 대한병리학회 SCIE급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의혹부터 시작해 ‘스펙 품앗이’, 인턴 경력 허위 기재, 장학금 특혜 등 관련 의혹들이 줄줄이 불거져 나왔다. 조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혜를 요구한 적 없다”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부인 동양대 정모 교수가 딸의 표창 수여 과정에서 조작에 가담한 의혹이 추가 제기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해 이 사안에 대해 도와달라고 한 정황도 드러나면서 야당은 청문회 초반부터 딸 입시 관련 의혹에 화력을 집중할 태세다.

○ 딸 ‘스펙 조작’ 의혹…부인 관여 여부 핵심

조 후보자가 셀프청문회 성격의 기자간담회를 연 이후에도 딸의 입시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이어졌다. 특히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 교수가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인턴 증명서 조작과 동양대 총장표창(봉사상) 수상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 씨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자기소개서로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조 씨는 고려대 2학년 재학 당시인 2011년 7월 KIST 인턴으로 선발된 이후 학교 출입기록상 이틀만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3주 인턴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당시 증명서 발급은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인 KIST의 A 박사가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KIST 인턴(7월 18일∼8월 19일) 기간이 같은 해 아프리카 케냐 의료봉사(8월 3∼11일) 기간과 일부 겹치자 조 씨는 KIST 인턴 경력을 2011년이 아닌 2010년에 한 것으로 자소서에 허위 기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조 씨는 대학 4학년 때 우간다에 직접 가서 의료봉사단체를 창단하고 활동했다고 자소서에 적시했지만 실제로 우간다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도 논란거리다.

동양대 총장표창과 관련해서도 청문회에서 진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조 씨에게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밝히자 정 교수와 여권 인사들이 최 총장에게 직접 전화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 의학논문 제1저자·장학금 특혜 논란도 여전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딸 조 씨가 한영외국어고 2학년 재학 시절 단국대 의대에서 인턴을 하고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특혜 의혹에 대해 “딸아이가 영어를 잘해 논문에 기여했다” “당시엔 저자 등재 기준이 느슨했다”고 해명했다. 또 “저나 처는 (저자로 등재한) 단국대 장영표 교수에게 연락을 한 적 없다”며 ‘스펙 품앗이’ 의혹도 부인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다음 날 열린 맞불 간담회에서 조 씨의 한영외고 재학 시절 영어성적을 공개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독해, 작문은 6∼8등급이었고 회화도 4등급 또는 6등급 수준이었다”고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조 후보자와 장 교수 간 ‘스펙 품앗이’ 의혹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 후보자의 간담회 이후 조 씨와 장 교수 아들이 인턴을 했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007년부터 9년간 고교생 공개선발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추가로 드러났다. 인턴 선발 조건에 학부생, 대학원생 등이 명시돼 고등학생은 지원할 수 없었던 것. 야당은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에 몸담고 있던 조 후보자가 딸을 논문 저자로 등재해준 장 교수 아들의 스펙을 위해 손을 써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딸 조 씨가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전원에서 받은 장학금 특혜 논란도 여전하다. 조 씨는 서울대에서는 2개 학기 연속으로 800만 원을, 부산대에서는 6개 학기 연속 1200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해명 간담회에서 “서울대 장학금은 신청하지 않았지만 선정됐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서울대 장학금은 2014년 3월 입학인데 학기 시작도 전인 2월에 나왔다.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해 만들어 준 것”이라며 조 후보자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성휘 기자


▼ 사실상 가족펀드인데… ‘조국, 투자상황 몰랐나’ 의혹 증폭 ▼

〈2〉사모펀드의 정체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와 관련해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또 다른 차원의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제기됐던 “조국 가족펀드의 편법 증여 의혹”에서 점차 “공공사업 수주에 여권 인사들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확산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 “‘가족펀드’ 확인돼 사실상의 직접투자”

조 후보자의 부인과 자녀들이 2017년 7월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 1호(블루펀드)’와 이 펀드를 운영해온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사실상 조 후보자의 지배하에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청문회에서 다뤄질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핵심이다. 당초 재산 신고에서 나타난 것은 조 후보자 부인 정모 동양대 교수와 두 자녀 명의의 블루펀드 투자금 10억5000만 원뿐이었지만 이들이 펀드의 총 출자약정금(100억 원)의 75%를 약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어 정 교수의 동생(조 후보자 처남)과 두 아들이 3억5000만 원을 투자한 것이 추가로 밝혀졌고 2017년 3월 정 교수가 동생에게 3억 원을 빌려준 뒤 동생이 코링크PE 지분을 액면가의 200배로 사들인 정황도 드러났다. 야당은 “일가가 십수억 몰빵 투자한 ‘조국펀드’는 사실상 가족펀드로, 투자 정보를 이미 알고 들어간 사실상의 직접투자 및 증여세 회피 목적의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공직자윤리법 위반, 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조 후보자의 5촌 조카라는 정황들이 나오면서 “조 후보자가 펀드 투자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펀드 투자약정금은 (약정액 모두를 출자하지 않아도 되는) 마이너스통장 또는 신용카드 한도액 같은 것”이라며 “펀드의 투자처를 알지 못하는 블라인드 투자였다”고 해명했다. “코링크라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3일 반박 기자간담회에서 “펀드 정관엔 반드시 출자금을 납입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 처벌 사항인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 코링크, 범여권 비리 의혹으로 확산

코링크PE를 둘러싼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이 회사의 펀드들이 투자한 회사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번져갔다. 조 후보자가 투자한 블루펀드는 투자금 14억 원의 대부분인 13억8000만 원을 가로등점멸기 제조사 웰스씨앤티에 투자했다. 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웰스씨앤티가 조 후보자 투자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47곳에서 177건의 사업을 수주하고 매출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사의 최근 10년간 전체 실적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10년 실적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에도 실적이 좋았다”고 해명했다.

웰스씨앤티가 25억 원을 투자한 ‘PNP 컨소시엄’의 서울지하철 와이파이 사업 수주 의혹과 코링크PE가 운용한 ‘레드코어밸류업 1호(레드펀드)’의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거래소를 운영한 업체 투자 의혹도 새로운 검증 대상으로 거론된다.

조 후보자가 코링크PE에 투자한 지 두 달 만에 PNP 컨소시엄이 1500억 원 규모의 서울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점, PNP 컨소시엄 주주 중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의 전 보좌관 2명이 있다는 점 등에 대해 한국당은 “조 후보자를 비롯한 여권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레드펀드가 2017년 12월 가상통화 관련 정부 규제 발표 직전에 가상통화 사업 투자에서 철수한 점도 청문회에서 뜨거운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


▼ 학원 빚, 가족간 위장소송으로 공공기관에 떠넘겼나 ▼

〈3〉웅동학원 의혹

기보가 대신 갚은 학교신축비 10억… 曺후보자 동생, 웅동학원 대상 소송
학원측 변론 포기로 채권 확보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의 웅동학원을 둘러싼 논란은 6일 청문회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 의혹의 핵심은 조 후보자 가족이 운영해 온 사학법인의 빚을 가족 간 ‘짜고 치는 소송’을 통해 국가기관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 동생은 ‘위장 이혼’을 통해 웅동학원 채권 52억 원어치를 전 부인(조 후보자 전 제수)에게 넘겼다는 주장이다.

5일까지 나온 관련 의혹을 종합하면 조 후보자 부친은 1996년 자신이 이사장이던 웅동학원의 학교 신축공사를 16억 원대에 자신이 운영하던 고려종합건설에 맡겼다. 하도급 공사는 조 후보자 동생이 운영하던 고려시티개발이 맡았다. 하지만 이듬해 고려종합건설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 부도났고 고려시티개발도 2005년 12월 청산됐다. 두 회사가 공사비로 빌린 10억 원은 당시 보증을 섰던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이 대신 갚았다.

고려시티개발이 웅동학원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으면 그 돈이 기보에 넘어갈 상황에서 조 후보자 동생은 2006년 페이퍼컴퍼니 ‘코바씨앤디’를 설립했다. 지연 이자 등으로 인해 52억 원으로 늘어난 공사대금 채권 중 42억 원은 코바씨앤디로, 10억 원은 자신의 부인에게 양도했다. 이후 동생과 부인은 두 차례에 걸쳐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비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다. 첫 소송 당시 조 후보자는 학원 이사였다.

자유한국당은 “공사대금 채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5년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웅동학원 측이 재판에 출석해 ‘5년이 이미 지났다’고만 말하면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는데도 웅동학원은 변론을 포기했다”며 “가족 간 짜고 치는 ‘위장 소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국 의혹#청문회#딸 입시 부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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