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파산, 죽고싶다” 생활고 채무자 절망…與 “재기 지원 약속”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4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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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서 가계부채 현장 최고위
이해찬 "GDP와 맞먹는 가계부채, 심각한 상황"
이인영 "패자부활 가능한 실질 대책 만들겠다"
채무자 "개인회생 긴 과정 견뎌 낼 자신없다"

‘민생 대장정’을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1500조원을 넘어서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자영업자 재기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이해찬 대표는 “서울시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가계부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서 최고위를 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500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라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참여정부 시절 GDP가 1000조원 넘을 때 가계부채는 600조원으로 GDP의 60% 정도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가계부채가 GDP의 100%에 이르러 그때보다 훨씬 악화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물론 집을 사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사업이 잘 안 돼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빚 내서 빚 갚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서 조금만 금리가 올라도 이자 상환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풍선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상황인 만큼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잠재적 위험성은 계속 있어 특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우리는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대책 없이 GDP에 맞먹는 규모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가 특별한 대책을 강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통계를 보면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이 부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생활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빚으로 돌려막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평등 심화가 만들어낸 결과 같아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정부와 공공으로서 마땅히 가야할 길”이라며 “언제나 패자부활이 가능한 오뚝이 같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광온 최고위원 역시 “성실한 실패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보다 우리 사회가 보여온 모순적 경제 구조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희망을 갖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채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자영업자는 “혼자 자식을 키우며 모든 경제적 책임을 지다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빚을 지게 됐다”며 “그러다 장사가 안 돼 대부업체 대출까지 이르렀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도 대출이 가능해 놀랍고 고마웠지만, 고금리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개인회생 변제가 어려워졌다”며 “채무연체를 안하려고 노력했지만 세상은 저희 가족을 빚 없이 살도록 놓아두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회생신청 채무자는 “이직이 1년 넘게 지연돼 대부업체에서 1300만원을 대출했는데 이자율이 34%였다”며 “이후 취업이 됐지만 이자만 35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다 회사가 문을 닫았고 암 4기 진단을 받았는데, 대법원 판결로 회생기간 단축 소급적용이 폐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남은 것은 파산이다. 긴 과정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매일매일 죽고 싶다”고 전했다.

이에 제윤경 의원은 “실제로 너무나 많은 분들이 이와 다르지 않은 극단적 상황에 내몰려 있다”며 “이 자리를 통해 채무자의 재기 지원을 위한 포용적 재기, 정책 연대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의 20배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을 권하는 금융의 잘못된 구조 속에서 이런 피해자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도덕적 해이는 국민에게 쓸 말이 아니라 기득권을 향해 해야 할 말”이라고 꼬집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가계부채로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실제로 가족들이 목숨을 끊는 아픈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개인회생 변제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는데, 소급 적용이 되도록 부칙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에는 성남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청년 일자리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실시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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