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평창 구상’ 실현 의지 드러낸 文대통령…“북한 호응 기대”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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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르버 재단 연설' 때 北 호응 첫 언급…평창올림픽 이후 비핵화 급물살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北 호응 재주문…북미 대화 재개 촉구 메시지
美 빅딜-北 스몰딜 절충한 '굿 이너프 딜'…한미회담서 트럼프 설득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1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리며 공개적으로 북한의 호응을 주문한 것은 ‘제2의 평창 구상’ 실현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듯, 이번에도 ‘하노이 노딜’ 이후 전략적 판단에 고심하고 있는 북한을 대화 궤도로 끌어내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원칙과 대화를 지속해 북미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만난 결과”라며 “한미 양국의 노력에 북한도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의 호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노딜’의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금 비핵화 여정으로 돌아올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가 대화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상황관리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호응을 주문한 것은 향후 미국을 설득할 전략적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마련한 2~3개 단계의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을 통한 접근법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불발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에 일시적 어려움이 조성됐지만 남북미 모두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며 비핵화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세 정상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비록 북미 두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성과 없이 돌아섰지만 대화의 끈 만큼은 여전히 놓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대화 재개에 나설 여건은 충분하다는 것을 부각한 것이다.

특히 남북미를 특정한 것은 북한도 우리 정부를 비핵화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남북미 3각 협력체제’를 통해 꼬인 비핵화 협상의 실타래를 함께 풀어보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각 협력’에서 ‘하노이 노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고 있다. 북미 양자 간의 불신을 줄이고, 양쪽으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는 자신이 매개가 돼 풀어가겠다는 점에서 기존의 ‘촉진자’ 역할과도 비슷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향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기조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남북미 3국 정상 간의 유대·신뢰·대화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 회담을 통해 ‘톱 다운’ 방식의 실패 사례를 한 차례 경험하긴 했지만,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상 간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미가 함께 걷는 쉽지 않은 여정”이라고 한 것도, “정상들 간의 신뢰와 의지가 이 여정을 지속시켜 왔다”고 한 것도 모두 톱 다운 방식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에 나서는 문 대통령이 “한미 양국의 노력에 북한도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자신의 구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호응을 처음 언급한 때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대화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한반도 평화 구상’을 천명한 2017년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 때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가야 한다”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협조를 약속한 만큼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게 이른바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석 의사를 시사하며 문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했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 특사 파견을 거쳐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직접 확인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이는 최초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비록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경색 국면이 조성됐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비핵화 대화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른바 ‘제2 평창 구상’을 제시하며 북한의 호응에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야만 새로운 땅에 이를 수 있다.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며 “막힌 길이면 뚫고, 없는 길이면 만들며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비핵화 여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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