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만들어 지방선거뒤 사퇴 종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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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특감반 논란 확산]“특감반장 지시로 330곳 조사
親野-임기 많이 남은 인사 대상… 100∼200여명 추린뒤 세평 작성
靑-검찰서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특감반 무자비한 감찰에 폭로 결심”
靑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어”

김태우 “비리 첩보 수집하는게 임무였다”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2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채널A 및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정치적 성향이 없었다. 좌든 우든 공무원으로서 
비리 첩보를 수집하는 게 저의 임무였다”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태우 “비리 첩보 수집하는게 임무였다”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2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채널A 및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정치적 성향이 없었다. 좌든 우든 공무원으로서 비리 첩보를 수집하는 게 저의 임무였다”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통령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은 27일 문재인 정부의 특감반 근무 당시 공공기관 330여 곳에 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특감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을 만나 “지난해 7월 중순경 이인걸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의 지시로 ‘공공기관 현황.xlsx’라는 엑셀 문서 파일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문건은 전국 330곳 공공기관의 사장과 감사 등 정부가 임명하는 660여 명의 명단과 이력, 임기 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또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친야권 인사들이나 임기가 많이 남은 인원을 대상으로 100∼200여 명을 추린 뒤 세평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이 엑셀 파일을 야권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라고 불렀다.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 사장과 감사 등 친야권 인사의 퇴임을 종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올 6월 지방선거 이후 세평을 주변에 알리며 자진해 물러나도록 종용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고위직 인사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공공기관장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있지만 김 수사관이 주장하는 정치 성향, 세평 등 논란이 되는 사항에 대한 파악은 시킨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리스트를 본 적도 없고, 보고받거나 지시한 바도 없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또 특감반이 감찰 대상이 아닌 민간기업이나 민간인 등을 상대로 감찰을 했다고 폭로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특감반 내부의 무자비한 공직자 비위 감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외교부 차관보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감찰을 예로 들면서 김 수사관은 “대상자인 공무원들에게 동의서 한 장 받고 휴대전화까지 걷어가 감찰했다. 당시 나도 혐의점을 못 잡아 개인 사생활을 문제 삼으며 자백 받았다”고 털어놨다.

청와대가 자신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것도 모순이라고 했다. 김 수사관은 “내가 의미 없는 정보를 양산했다면서 이것들을 왜 보호 가치가 있는 비밀이라고 하는지 의문”이라며 “보호 가치가 있는 비밀이라면 민간인 사찰 등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했다.

김 수사관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자신에 대한 해임 징계를 요청한 데 대해 “감찰 업무 중에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한 일이고 대부분 각자 계산했는데 비용이 부풀려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청와대와 검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열정적으로 일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이 경험들이 너무 아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김남준 채널A기자·한상준 기자
#김태우 공공기관 블랙리스트#지방선거뒤 사퇴 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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