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大 앞둔 민주 ‘카더라 통신’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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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최근 문재인 대통령 독대” “대통령이 김부겸 출마 만류”

다음 달 25일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해찬 의원이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크게 술렁였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른바 ‘문심(文心)’이 이번 전대의 핵심 변수라고 보는 분위기다. 그런 상황에서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 의원이 문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면 이는 그 만남 자체만으로 선거 판을 흔들 수 있는 재료다.

소문이 퍼지자 당 일각에선 한술 더 떠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당내 최다선(7선)으로서 자신을 대표로 ‘합의 추대’ 해주길 기대하는 이 의원에게 문 대통령이 출마를 권했을 거라는 논리다.

그러자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인 친문 성향 A 의원을 중심으로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하기를 바라는 당내 인사들이 꾸며낸 ‘역(逆)정보’인 것 같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이 의원의 경쟁자, 특히 다른 친문 주자들의 출마 의지를 꺾으려고 거짓 소문을 냈다는 것이다. A 의원 측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최근 1개월간 출입기록을 알아봤지만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을 만난 사실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주자, 특히 출마 여부에 따라 경선 판이 흔들리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정보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카더라 소문’이나 ‘찌라시(사설 정보지)’ 수준을 넘어 신빙성 있는 정보로 포장되는 만큼 일시적으로 전대 판에 충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곧장 이를 무마하거나 뒤집으려는 ‘역정보’도 생산되고 있어 당 안팎에선 어느 때보다 혼탁한 전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많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21일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 문 대통령을 배웅하러 서울공항을 찾았던 일로 김 장관은 최근 국회 ‘복도 통신’의 화제가 됐다. 김 장관은 당시 공항에서 문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장관을 조금 더 하시라”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다른 당권 주자들은 김 장관 관련 소문을 퍼뜨리며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출마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자 김 장관의 출마에 긍정적인 쪽에선 정반대의 소문도 들리고 있다. 청와대가 ‘친문 패권주의’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김 장관을 당에 돌려보내려 한다는 게 이런 풍문의 요체다. 청와대가 친문 후보를 견제할 ‘대항마’로 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는 소문까지도 돌고 있다.

전대를 앞두고 퍼지는 ‘소문의 잔치’를 접하는 여권 인사들 중 일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끼리야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하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지방선거 압승으로 벌써부터 배가 불러서 찌라시 같은 이야기로 정치 놀음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책 대결은 아니더라도 이런 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전당대회#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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