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 일가-권성동 의원 등 영장 줄줄이 기각… 법원 “혐의 소명 부족, 檢의 무리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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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은 “사법권 남용의혹 수사 견제”… 기각 사유 놓고 양측 신경전 가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 일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58),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62), 함영주 KEB하나은행장(62)….

최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주요 인사들이다. 이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을 주요한 기각 사유로 들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배임,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6일 오전 3시 23분경 기각하면서 “피의 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병을 구속할 만큼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기각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에 대해 지난달 두 차례 청구된 구속영장도 혐의 소명 부족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강원랜드 채용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5일 기각된 권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서울중앙지법은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고, 서울서부지법은 채용 비리 관여 혐의를 받는 함 행장에 대해 지난달 1일 “피의 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자 검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3노총 조직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일각에서 뭔가 다른 기준과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 전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13건 중 11건이 기각된 것까지 감안한 반응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검찰 내부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받게 된 법원이 영장 심사가 엄정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부각하며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노총은 전날 성명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앞두고 영장 기각을 통해 자신들이 건재함을 보여주는 시위를 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에 대한 불만과 근거 없는 추측을 밝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맞받았다. 법원 내에선 최근 검찰이 불구속 재판 원칙을 무시하고 여론에 기대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줬는데도 혐의 입증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도예 기자
#검찰#영장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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