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향하는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칼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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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댓글이어 블랙리스트 수사 확대

문재인 정부의 ‘사정(司正) 드라이브’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을 운용했다는 의혹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권에서는 검찰과 특검 수사,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이미 끝난 ‘BBK 의혹’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중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네 번째 정책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 MB 향한 검찰의 ‘투 트랙’ 수사

검찰은 지난달 중간간부 정기인사가 끝나자마자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66·구속 수감) 재임 당시 국정원이 벌인 일들을 훑고 있다. 수사는 사이버 외곽팀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과 문화예술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시도,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의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블랙리스트 사건은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앞서 적폐청산 TF는 2009년 9월∼2011년 12월 청와대가 국정원에 △좌파 성향 영화감독과 방송국 PD들의 제작활동 실태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 △KBS 간부들의 정치 성향 분석 △좌파 성향 언론인 학자 연예인의 방송프로그램 진행 및 출연 실태 파악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홍보수석실과 기획관리비서관이 개입했다고 공개했다.

적폐청산 TF가 국정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사람은 원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70) 정도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하면 권재진 전 대통령민정수석(64) 등 당시 대통령비서실 관계자 상당수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18일 국정원이 제작한 ‘나체 합성사진’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 씨(64)를 불러 조사하고 19일 방송인 김미화 씨(53)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이들 방송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인사에 개입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적폐청산 TF에서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말 엄기영 당시 MBC 사장(66)이 사퇴하고 김재철 전 사장(64)이 후임으로 선임된 과정에도 국정원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사이버 외곽팀 수사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 진재선),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가 주축인 국정원 관련 사건 수사팀에 최근 외사부(부장 김영현) 소속 일부 검사를 추가 투입했다. 수사팀은 전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을 조사하는 등 국정원 예산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부대’ 운용에 쓰였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 BBK 의혹 재수사 불 지피는 여당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BBK 의혹’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BBK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제보받았다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자료를 제공할 테니 새로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장관은 “자료를 보내주시면 신중하게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대법원까지 거친 사건이지만 재판에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혐의가 나온다면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BBK 재수사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감사원은 6월부터 국토환경부와 환경부 등을 대상으로 ‘4대강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2일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 감사는 이번이 네 번째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마저 4대강 사업을 감사하겠다고 나서자 이 전 대통령은 7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재판까지 받은 사안인데”라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부분이 집중 감사 대상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산업을 진행할 때 경제적 효율성과 현실성을 미리 점검하는 제도다.

강경석 coolup@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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