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따로 내신따로’ 中3 큰 혼란… “예전처럼 수업” 움직임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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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1년 유예 후폭풍
문-이과 융합 등 과목 편제 첫 적용… 심화과목 독립 수학-과학 일부 단원
수능 포함 되든 안되든 논란 여지
일선 교사들 “개편 미뤘으면 교육과정 적용도 유예했어야”

정부의 수능 개편 1년 유예로 ‘수업 및 내신 공부 따로, 수능 따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중3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수능과 학교 수업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기존 방식대로 과목을 편성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 중3이 처음 경험할 새 교육과정은 전체적인 학습 분량을 이전 교육과정 대비 20%가량 줄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문·이과 융합이라는 기조를 반영했고 시대 변화를 접목해 과목 편제와 단원 구성, 성취 기준을 다수 변경 및 추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 중3들은 수능에서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융합형’ 문제나 신유형 문항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EBS 연계율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학생들이 수능 문제에 당황하지 않게 하려면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 등을 통해 1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출제 방향에 대한 힌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영역별 수능 과목 범위는 내년 2월에나 발표된다. 특히 입시업계는 ‘수학’과 ‘과학탐구’ 영역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두 과목이 가장 많이 바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수학은 일반선택 과목에 속해 있으면서 수학 가형(이과) 출제 영역에 해당했던 ‘기하와 벡터’란 과목이 ‘기하’로 바뀌었고, 심화과목 격에 해당하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소속이 옮겨졌다. 과학탐구에선 일반선택 과목에 속해 있으면서 수능 과목에 해당했던 과학Ⅱ(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과목들이 심화과목에 해당하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이동했다.

이 같은 편제 조정은 애초에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주겠다’란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만약 이들 과목이 현재처럼 수능 과목으로 포함된다면 결국 새 교육과정의 의도는 무색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반대로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진로선택(심화) 과목들을 모두 수능 범위에서 배제하면 이른바 ‘물수능’ 사태 등 수능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어떤 식이든 논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그냥 예전대로 수업하자’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고교에서 교과 편성을 담당하는 최모 교사는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이 유일무이한 목표”라며 “수능 범위에 따라 2015 교육과정의 과목을 2009 교육과정에 맞게 편성해서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김모 씨는 “수능 개편을 유예했으면 교육과정 적용도 유예했어야 한다는 게 대부분 현장 교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수능#문재인 정부#내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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