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눈에 안띄게 쿠션 넣어 국정원 예산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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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원세훈 회의녹취록 복구… 선거-4대강 사업 적극대처 지시
정권 우호적 인사에 자금지원 정황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에게 국정원 예산을 이용해 도와주라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최근 국정원에서 복구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예산을 활용하라고 발언한 단서가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과거 정부 시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 실태에 대해 대대적 감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여권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특위 태스크포스(TF)는 원 전 원장이 4대강 사업과 지방선거 및 총선에 대한 적극 대처를 지시하면서 “(우호 세력에) 국정원 예산을 지원해줘라. 눈에 안 띄어야 되면 ‘쿠션을 넣어서’(우회해서) 지원해라”는 취지로 지시한 녹취를 복구했다. 2013년 검찰의 ‘댓글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이 보안을 이유로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제출한 회의록에서 삭제된 부분이 최근 복구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4년여간 국정원장을 지낸 원 전 원장은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정원 내부에서는 진행 중인 감찰에 협조해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도려내고, 그 대신 대공수사권은 지켜내자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이 2013년 원 전 원장에 대한 자료를 검찰에 넘길 때 일부 내용이 삭제됐고, 이 과정을 검찰 출신이 주축이 된 감찰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 전 원장의 가담이나 개입 범위가 축소되도록 만들어 검찰에 제공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원 전 원장의 파일을 덮었던 사람들에 대해 증거 은닉과 인멸 여지는 없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등에서 나온 문건과 녹취는 크게 세 갈래다. △청와대에서 ‘발견’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내부 문건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에서 국정원 등의 청와대 보고 문건 700여 건을 인계받은 검찰이 청와대에 반납한 문건 △국정원 TF가 복원해 검찰에 보낸 원 전 원장의 발언 녹취 등이다. 세 가지 문건 모두 이전 정권의 핵심을 겨냥할 수 있는 폭발력이 충분하다.

특히 검찰이 디도스 특검팀에서 인계받은 문건을 추가 수사 없이 청와대로 반납한 시기는 2014, 2015년이어서 전 정권 검찰 수뇌부와 청와대 사이에 모종의 ‘뒷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당국은 문건 반납이 이뤄진 두 차례 중 2014년경 이뤄진 반납 경위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원세훈#국정원#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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