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장 “을의 눈물 닦아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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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서 ‘경제적 약자 보호’ 강조
“재벌개혁, 검찰처럼 몰아칠수 없어”… “퇴직자들과 연락 자제” 당부도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직원들에게 포부를 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직원들에게 포부를 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달라는 것입니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강조한 것은 경제적 ‘을(乙)’들의 피해 구제였다. 공직 입문 전까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강조해 왔던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검찰 개혁만큼 빠를 수는 없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비쳤다.

김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시장 질서를 유지한다는 경쟁법상의 역할과 을의 눈물을 닦으라는 사회적 요구를 조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당국이 단순히 시장을 감시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중소기업, 소상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 시장에서는 대등한 자들 간의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 아닌 갑을(甲乙) 관계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력에 굉장히 큰 격차가 있는 갑을 간 거래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할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사인의 금지청구권,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언급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배상 책임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로 중소기업 등이 피해를 입을 경우 피해액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몰아치듯 할 수는 없다”며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재벌 구조 개선을 게을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정교한 실태 조사를 거쳐 예측 가능한 재벌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들에게도 재벌 개혁은 검찰 개혁처럼 빠른 속도로 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업무시간 이외에 퇴직자들과 연락을 자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던지는 등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그는 “‘늘공(늘 공무원)’인 여러분이 전문성에 근거해 내린 판단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과 직원을 보호하는 게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제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김상조 공정위장#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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