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겨냥 신형 ICBM 3종 과시한 김정은, 도발수위 탐색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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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한반도]열병식서 ICBM 10여기 등 무력시위

북한이 15일(태양절·김일성 생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벌인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전략무기 무력시위로 요약된다. 미 본토와 괌, 주일미군 기지에 대한 핵타격 위협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강대강(强對强)’ 대결 의지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 신형 ICBM 등 중장거리 미사일 총동원

이번 열병식 곳곳에선 철저하게 미국을 조준한 정황이 드러난다. 우선 스커드와 노동 등 기존의 단·준중거리 미사일을 빼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중장거리 전략미사일 7종을 잇달아 공개했다. 북한은 2시간 넘게 진행된 열병식의 후반부에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등장시켰다. 초대형 특장차량과 이동식발사차량(TEL)에 각각 실린 미사일에 이어 KN-08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ICBM까지 총 3종의 ICBM 10여 기가 공개됐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이처럼 많은 ICBM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중국군과 러시아군 열병식의 ICBM 퍼레이드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등 유사시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와 본토에 대한 동시다발적 핵공격 능력을 과시하는 데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신형 ICBM 2종은 대형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 있어 구체적인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KN-08과 KN-14 등 기존 ICBM에 버금가는 최대 사거리(1만 km 이상)를 갖고 있다면 워싱턴과 뉴욕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어 KN-08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ICBM도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이 미사일이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핵탄두 탑재형으로 개량한 기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고체연료 엔진과 다양한 TEL로 기습타격 극대화

이날 공개된 신형 ICBM의 뒷부분을 보면 고체연료 엔진이 장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여러 차례 분출시험을 공개한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이 ICBM에 적용될 만큼 발전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고체엔진 ICBM은 사전 연료 주입이 필요한 액체엔진보다 발사 준비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바퀴형과 궤도형 등 다양한 TEL 40여 대를 한꺼번에 공개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대미 기습 핵타격 능력의 비약적 발전을 트럼프 행정부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또 시험발사에 성공한 KN-11(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이를 지상발사형으로 개량한 KN-15(북극성-2형) IRBM도 열병식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무수단과 스커드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TEL에 실려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미사일은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출동 기지인 주일미군 기자와 괌에 대한 타격 임무를 맡고 있다.

○ 미사일 발사 잇달아 실패했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있다. 16일 발사 직후 공중폭발한 미사일을 비롯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연이어 실패했고, 신형 ICBM은 한 차례도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 실전 능력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이 ‘실물 모형’이거나 속이 빈 대형 원통형 발사관으로 ‘기만전술’을 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잇따른 시험발사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는 만큼 미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ICBM 개발 배치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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