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선고 하자마자 경찰과 충돌… 헌재앞 아수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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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 시위 격화… 100여명 사상

10일 오전 11시 21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5분 거리인 수운회관 앞. 대형 전광판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확인된 순간 태극기집회 현장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오전 7시 30분부터 울리던 요란한 북소리와 1000여 명이 외치던 ‘탄핵 무효’ 함성도 뚝 그쳤다.

약 20초의 침묵이 흐른 뒤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거친 욕설도 쏟아졌다. 집회 연단에서는 “헌재를 쳐부수자” “돌격! 헌재로”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집회 분위기는 순식간에 과열됐다. 참가자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사다리를 타고 줄지어 차벽을 넘었다.

○ 사망자까지 발생

헌재 선고 결과에 격분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대거 헌재 앞으로 향했다. 경찰은 차벽 등으로 이들을 막아섰고 곳곳에서 충돌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어른 주먹만 한 돌을 던졌다. 죽봉까지 휘두르면서 경찰버스 여러 대가 파손됐다. 경찰 폴리스라인을 뚫은 수십 명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드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연출됐다. 경찰을 향해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가 하면 차벽에 머리를 찧고 자해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취재 중이던 언론사 기자 여러 명이 폭행당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빨갱이들에게 헌재가 전복당했다” “간첩 편을 드는 경찰은 무장해제하라”며 섬뜩한 발언을 이어갔다. 여기저기서 “옳다” “죽여라”라는 고성이 뒤를 이었다. ‘묵언시위’라며 아스팔트 위에 대(大)자로 눕는 사람, 할복을 시도하거나 탄피가 든 가스총을 꺼내다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사람 등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시위가 격해지던 도중 경찰의 소음측정차량에 부착된 대형 스피커가 김모 씨(72) 머리로 떨어졌다. 김 씨는 결국 숨졌다. 경찰은 탈취한 경찰버스를 몰고 차벽으로 돌진해 스피커를 추락하게 한 정모 씨(65)를 긴급체포했다. 또 지하철 안국역 지하에서 김모 씨(66)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이 밖에 집회 참가자 70여 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 경찰 33명도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7명을 붙잡아 연행했다.

반대로 탄핵 찬성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며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내용의 승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 ‘불복집회’ 열리나

이날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의 정광용 공동대표는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대통령은 박근혜” “불법 탄핵 거부” 등 불복 발언을 쏟아냈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단체 온라인 카페에는 “헌재 판결 불복종 서명을 진행하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남긴 듯한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김평우 변호사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승복하고 안 하고는 각자가 판단하여 결정할 일이지 언론이, 국회가, 원로가 국민들에게 명령할 일인가?”라며 불복을 부추겼다. 또 서석구 변호사로 추정되는 인물도 “500만 태극기 집회 민심의 영적 전투는 계속돼야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국민이 살려낼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11일 광화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는 각각 대규모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열리는 등 탄핵 인용의 후폭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찰은 탄핵 반대 단체 측의 협박공세 및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헌재 재판관 8명의 신변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황성호·김배중 기자
#태극기집회#탄핵반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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