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무력화 노리는 北, 다음 도발카드는 핵실험-방사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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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 모든 준비 마친듯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전개에 전격 착수하면서 북한이 다양한 형태의 대남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드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해도 유사시 한미 양국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군사적 위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KN-09 신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와 KN-02 미사일 등 단거리 기습 전력을 동해상으로 일제히 발사하는 무력시위가 예상된다. 두 전력은 최대 사거리가 200km가 넘어 군사분계선(MDL)에서 쏘면 서울과 경기 평택 미군기지는 물론이고 계룡대(각 군 본부)까지 날아간다. 비행 고도가 사드의 최저 요격 범위(약 40km)를 벗어나고 무더기로 발사하면 패트리엇(PAC-3) 요격 미사일로도 대응이 쉽지 않다. 특히 ‘독사(viper)’라는 명칭이 붙은 KN-02는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해 기습 능력이 탁월하고, 정확도도 뛰어나 주한미군이 가장 경계하는 전력 가운데 하나다.

KN-09와 KN-02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 신경작용제를 비롯해 생화학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8일 “북한이 KN-09 등으로 서울 도심을 겨냥한 생화학 공격 협박을 하면서 공포심을 부추길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1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시작에 맞서 전군에 전투동원태세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명령에는 포, 전차를 비롯한 각종 전투 장비를 진지로 이동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對美) 핵 협박 수위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KN-08이나 KN-14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쏴 올려 미 본토에 대한 기습 핵 공격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신형 ICBM을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열병식 등에서 외형만 공개했을 뿐 실제로 발사한 적이 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드 빨리 배치하라”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조속한 사드 배치, 안보 주권 지켜내자’ 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드 빨리 배치하라”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조속한 사드 배치, 안보 주권 지켜내자’ 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과 뉴욕이 선제 핵 타격 표적이 될 것이라는 협박을 현실화해 미국 내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자극하면 배치 작업이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기습적으로 강행하거나 소형 핵탄두의 실물을 공개해 미국의 북핵 공포심을 극대화할 개연성도 있다. 군 정보 당국자는 “지난해 말 이후 풍계리에서 언제든지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는 준비를 끝낸 뒤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原電)과 금융권 등 한국의 기간시설을 겨냥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과 같은 사이버 테러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등 전자전 도발로 ‘사드 무용론’을 조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북한이 최근 스커드-ER 미사일(최대 사거리 1000km)을 무더기로 발사해 주일미군 기지 타격 훈련을 한 것은 주일미군 전력에 대한 두려움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핵심인 주일미군을 저지하지 못하면 어떤 대남 도발도 필패(必敗)하고 김정은 체제도 온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는 미 증원전력의 군수품과 병력의 최대 집결지인 요코타(橫田) 공군기지를 비롯해 미 7함대가 포진한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 대규모 해병대와 F-22 등 최첨단 전투기가 배치된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 등이 포진해 있다. F-22는 이륙 후 20∼30분 내 평양을 타격할 수 있고, 항모전단과 대규모 해병대는 30∼48시간 내 한반도로 이동할 수 있다. 1개 여단급 전쟁 물자를 실은 화물선(4만∼6만 t) 5, 6척으로 구성된 사전배치전단(MPS)도 수시로 주일미군 기지를 드나든다. 또 주일미군 기지는 유엔군사령부(서울 용산)의 후방 기지로서 유사시 유엔 회원국들이 일본에 통보만 하면 항공기와 선박 등 전쟁 물자를 반입해 주한미군 지원에 나설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사드#무력화#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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