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하며 ‘화합과 통합’을 화두로 대권 행보의 첫발을 내디딘다.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과거 정치세력과 자신을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을 계기로 제3지대 등 정치권 새판 짜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潘 귀국 맞아 들썩이는 정치권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11일 기자들을 만나 “(귀국 메시지의) 주요 내용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이라며 “유엔 활동 보고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청년층과 사회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혁신 의지를 담는 메시지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와의 차별화로 ‘반 전 총장의 집권은 보수 진영의 정권 연장’이라는 야권의 선제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선 경쟁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또는 제3지대와 손잡는다면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며 날을 세웠다.
고향 방문 이후 첫 지방 행선지로는 부산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대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을 통해 청년층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갖겠다는 것이다. 또 전남 진도 팽목항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방문 등을 통해 이념과 지역을 아우르는 ‘대통합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정치권 인사와의 접촉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대에 앞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충실히 다질 필요가 있어서다.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면 개헌을 고리로 한 정치권 연대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등을 우선 만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반 전 총장이) 보자고 그러는데 한번 볼 수도 있는 거지”라고 했다. 이미 ‘사전 교감’이 있다는 뉘앙스였다. 손 전 대표 역시 “(반 전 총장이) 귀국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에 달렸다”고 전제한 뒤 “(반 전 총장을) 곧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이 여야를 넘나들며 세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치권의 재편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에선 충청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의원 7, 8명이 탈당해 반 전 총장의 독자 세력화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창당한 늘푸른한국당의 이재오 공동대표도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후보 단일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 베일 벗은 ‘반기문의 사람들’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대선 행보를 지원할 ‘반기문의 사람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메시지와 일정을 담당할 실무보좌팀은 현재 11명으로 구성됐다. 컨트롤타워는 반 전 총장의 오랜 측근인 김숙 전 주유엔 대사다. 이상일 전 의원은 정무자문, 곽승준 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경제자문, 손지애 전 CNN 서울지국장은 부대변인을 각각 맡는다. ‘네거티브 대응’을 전담하는 변호사와 정치권 출신 인사들도 회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외교관 출신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오준 전 주유엔 대사, 새누리당 박진 심윤조 전 의원 등도 외곽에서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 여기에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집권 경험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MB) 측 인사들이 추가로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반 전 총장이 어떤 인사들로 캠프를 꾸리느냐의 ‘용인술(用人術)’이 대선 레이스 1차 승부처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러 지원그룹이 난립하면서 메시지의 혼선이 빚어지면 본격 레이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반기문 캠프는 MB 그룹과 JP(김종필 전 총리)가 만나는 ‘MJP 연합’”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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