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12일 귀국]
경남기업 소유 건물 매각 위해 건네 “성사되면 가족 명성 덕분” e메일도
반기문 측 “보도 보고 알아… 반기문 놀랐을것”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을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간) 혹독한 ‘귀국 선물’을 받았다. 미국 언론은 이날 일제히 ‘전직 유엔 사무총장의 친척들, 거액 뇌물죄로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71)과 반 전 고문의 아들이자 반 전 총장의 조카인 반주현 씨(39)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는 내용이다.
공소장과 미 법무부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2013∼2014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경남기업은 그 타개책으로 베트남에 있는 72층 복합빌딩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 했다. 반 전 고문과 주현 씨는 이를 성사시켜 주겠다며 카타르의 한 관리에게 50만 달러(약 6억 원)를 뇌물로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실제 이 관리의 대리인을 자처한 예술·패션 분야 컨설턴트 맬컴 해리스(52)에게 50만 달러를 건넸으나 해리스는 이 돈을 착복해 뉴욕의 고급 아파트 임차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매각을 주간하던 부동산 투자회사의 이사였던 주현 씨는 회사에 보낸 e메일에 “(랜드마크 72 빌딩의) 거래가 성사된다면 그건 순전히 우리 가족의 명성에 기반을 둔 것이다”라고 써 반 총장의 명성을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현 씨는 이날 뉴저지 주 테너플라이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인물인 우상(존 우·35) 씨는 뉴욕 JKF공항에서 체포됐고, 반 전 고문과 해리스는 수배 상태라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현 씨와 우 씨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11일 “반 전 총장도 보도를 보고 (사건을) 안 것 같고 굉장히 놀랐을 것”이라며 “전혀 아는 바가 없다. 2015년경 국내 언론에도 (이 사건이) 보도됐고 그때도 비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귀국을 앞두고 터진 이 사건으로 반 전 총장을 둘러싼 검증 공세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반기문 검증팀’ 구성 계획을 철회한 더불어민주당은 개별 의원과 각 대선 주자 캠프별로 반 전 총장에 대한 공세 자료 수집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폭탄을 쏘기 전 고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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