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의견서’ 檢 대변할까 靑 옹호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탄핵 가결 이후]헌재 탄핵심판 3대 변수
[1] 황교안 대행-檢 사이에 낀 법무부… 노무현 때는 “탄핵 부당” 국회반박 의견서
[2] 증인들 진술 거부하면… 각종 증거 일일이 따져야 할 수도
[3] 재판관 소수의견 공개… 노무현 탄핵 이후 규정 신설… 여론 민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증거 조사를 하기 위한 논의를 13일 시작했다. 쟁점이 복잡한 이번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 내리기 위해서다. 16일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가 제출될 경우 이르면 다음 주에 헌재 소심판정에서 준비 절차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두 차례 열리는 준비 절차에서는 탄핵심판의 중요 쟁점이 정리된다.

 향후 본격적인 변론 절차가 시작되면 △법무부 의견서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 주요 인물 진술 거부권 행사 여부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도입된 소수 의견 공개 등 3가지 쟁점이 탄핵심판의 주요 변수로 떠올라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 권한대행과 검찰 사이에 낀 법무부

 법무부는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의 사임으로 이창재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검찰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기 때문에 법무부 입장에서는 황 총리와 박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잡아야 할지 모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의견서를 제출할지, 제출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작성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법무부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정부 측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란 입장이다. 박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의견서에 개진하지 않거나 아예 의견서 자체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헌재는 12일 법무부에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19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헌재는 의견서를 심리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법무부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 명의로 목차를 포함해 103쪽에 이르는 방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부당하다는 점을 탄핵소추 과정부터 상세히 서술한 것이다. 당시 의견서에는 국회의 소추의결서를 하나하나 반박하는 취지가 담겼다.

○ 주요 증인들 진술 거부권 행사 가능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관련자들이 헌재 심판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주목된다. 최 씨 소유라고 검찰이 밝힌 태블릿PC 등 증거에 대해서는 최 씨 측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국정 농단 사건의 ‘자금책’인 최 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은 앞서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도 협조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심판에서도 딱 부러진 답변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이미 형사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에 재판에서 검찰에 맞서 반론을 펼칠 부분은 헌재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할 가능성이 있다. 국정 농단 사건의 ‘행동대장’ 격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은 검찰 조사에서는 협조적이었지만 자신의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은 증언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증언할 수 있다.

 헌재 탄핵심판에서 증거는 박 대통령과 소추위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모두 동의해야 증거로서의 자격인 ‘증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 신문 절차를 거쳐 증거 능력 유무를 따지게 된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심판정에서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할 것으로 알려져 태블릿PC, 각종 문서 등의 증거 능력 유무를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

○ 개정 헌재법 “소수 의견도 밝혀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재법이 개별 재판관 모두가 의견을 내도록 개정된 것도 변수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달리 소수 의견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여론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1998년 제정된 헌법재판소법 36조 3항은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담당한 헌재는 소수 의견을 공개하지 않았다. 헌재는 재판관들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를 결정문에 표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탄핵심판 결정에서는 소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란이 일었고 2005년 7월 29일 해당 조항은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로 개정됐다.

 따라서 이제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하고 소수 의견을 피력한 재판관도 그 의견을 표시할 의무를 지게 됐다.

 헌재는 또 탄핵심판 심리 절차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연내에 박한철 소장(63·사법연수원 13기)과 강일원 주심 재판관(57·14기) 집무실에 최신 도청 방지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치적 영향력과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보안시설을 점검해 왔다”라며 “사안의 엄중성에 비춰 공정한 절차의 보장을 통해 한 치의 오점도 없는 심판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보안 시설을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아시아 헌법재판소 연합’ 상설 사무국 개설 기념 심포지엄도 내년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동진 기자
#박근혜#최순실#탄핵#검찰#황교안#헌법재판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