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인상 발등의 불인데 경제 컨트롤타워는 한달째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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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이후/경제 비상체제]美기준금리 이번주 인상 예고
외국자금, 한국서 급속이탈 가능성… 3개월내 3조원 유출 전망도
한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부담

경제정책 누가 책임 지나
유일호-임종룡, 어정쩡한 동거 계속… 손 놓고 있다 내년경제 추락 위험
여야정 서둘러 교통정리 해야

경제부처 장관들, 경제5단체와 간담회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는 10일 오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등 주요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5단체장 간담회를 열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제부처 장관들, 경제5단체와 간담회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는 10일 오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등 주요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5단체장 간담회를 열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 경제 앞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이 닥쳤다. 이번 주로 예정된 미국 금리 인상에 정부 경제팀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한국 경제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등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탄핵 이후 가장 급한 건 미국 금리 인상에 대응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탄핵 이후 사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경제 컨트롤타워를 누구로 세울지조차 정리되지 않아 금리 인상을 계기로 불안감이 되레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명확한 교통정리를 신속히 마치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 등을 하루빨리 수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예고된 충격’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13일(현지 시간)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행될 예정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중순에 내놓은 성명에서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지연시키면 경제가 목표보다 과열되고, 이에 따라 갑작스럽게 긴축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며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탄핵 정국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 기존에 유입됐던 선진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1년 국채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3개월 뒤 3조 원 유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적극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내년에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점은 기정사실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당장 주택담보대출 등의 부담이 큰 서민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 등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이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카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FOMC에서 결론이 나오는 직후 긴급관계회의를 열겠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다. 지난달 말 한은이 국고채 1조2700억 원어치를 직접 매입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경제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안갯속’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탄핵 이후 대책을 마련하고 한국 경제를 책임져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는 아직도 불명확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의 어정쩡한 동거 상태가 1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형식적으로는 유 부총리가 현직 경제팀 수장으로 다양한 업무를 챙기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가 발표된 지난달 초 이후 경제부처 내에서는 이전보다 리더십이 확실히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부총리 스스로도 내년도 예산안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이 마지막까지 앉아 책임져야 하니 그렇긴 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을 사기도 했다. 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지난달 일찌감치 철수시키고 금융위원장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마저 △임 후보자 임명을 추진해야 할지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보자 임명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 등 코앞에 닥친 현안을 매끄럽게 풀기 위해서라도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을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 부총리 유임이든, 임 후보자 임명이든 서둘러 결론을 낸 뒤 경제 문제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황교안 권한대행-유 부총리-임 후보자가 공동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누가 되든 빨리 결정해 정리만 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워낙 빠듯하고 상황이 긴박한 만큼 거시경제 안정을 목표로 삼아 리더십 공백을 빨리 메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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