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유라 고졸 자격 아웃… 수험생 여러분 부모 원망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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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60만 수험생은 마음이 개운치 않았을 것이다. 고교 생활을 제멋대로 하고도 버젓이 이화여대에 합격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했던 정유라 씨를 떠올리며 부모를 원망했을지 모른다.

 그제 나온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 씨는 고3 수업일수 193일 중 17일만 출석했다. 3학년 2학기에는 6일만 출석하고도 체육 수행평가 만점에, 상위 4%가 받는 체육 교과우수상까지 받았다. 2학년 1학기에는 담임교사가 정 씨에게 국어 수행평가 태도점수 만점을 주자 보다 못한 동급생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어 부당함을 호소했을 정도였다. 권력만 있으면 학교도, 성적도 마음대로 휘두르는 불공정한 사회를 목도하며 학생들은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불의에 타협하고 마는 교사와 교장, 교육계 인사들의 모습에 크게 실망도 했을 듯하다.

 오늘 발표될 교육부의 이화여대 특별감사 결과에서도 학교 측이 면접 과정에서 정 씨보다 성적이 좋았던 2명을 고의로 탈락시키는 등 비리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입제도는 그나마 반칙과 특혜가 끼어들지 못하는 공평한 ‘기회의 사다리’로 알려져 있었다. ‘학종’이 상류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데 이어 체육특기자 특례입학 역시 비리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어떤 권력과 금력도 흔들지 못하는 공정과 평등의 현장이 되도록 학교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지만 정 씨 고교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나마 진실이 밝혀지고, 교육청이 정 씨의 졸업을 취소할 방침을 밝힌 데서 학생들은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수능 사자성어 기출문제인 사필귀정(事必歸正·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을 떠올리며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선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대통령 측근 비리를 단죄할 수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고 마음을 달랬으면 좋겠다.
#정유라#고졸#조희연#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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