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은 철회했지만… 상처 난 야권공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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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 이후]추미애, 朴대통령과 회담 철회
박지원 “정도 정치로 해결해야”… 박근혜 대통령-추미애 대표 동시에 겨냥
박원순 “黨 우왕좌왕 문재인 때문”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양자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지만 야권 균열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양자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회담을 제안한 추 대표나 덜컥 받은 박 대통령이나 두 분 다 똑같다. 12일 촛불 민심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양자회담이 철회되자 페이스북에 “이러한 (철회) 결단은 보다 공고한 야3당 공조를 확인하며 추 대표와 함께 저는 박 대통령 퇴진에 박차를 가하겠다. 청와대의 꼼수 공작정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엄연히 야3당이 존재하면 국민의 분노와 불안 해소를 위해 또한 100만 촛불 민심을 정도정치로 해결해야지 어떻게 대통령께서 특정 당과 그런 합의를 할 수 있느냐. 이제 민심을 직시하고 퇴진의 길로 들어서라고 촉구한다”며 우회적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앞서 추 대표의 전격적인 양자회담 제안을 두고 정치권에선 추 대표가 ‘키플레이어’로 존재감을 높이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추 대표는 이날 자신이 ‘제1야당 대표’라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국민의당을 배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자신을 중심으로 정국 수습을 주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토요일(12일)에 보인 (촛불) 민심이 과연 그것(양자회담)을 바라는지 다시 되묻고 싶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도 “(양자회담은) 뜬금없는 제안”이라며 “지금은 야권 공조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인데 민주당 대표만 따로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것이 야권 분열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야권 대선 주자들은 양자회담을 제안한 추 대표의 배후에 문 전 대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하야’ 주장에 소극적인 문 전 대표를 향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는 문 전 대표의 입장과 책임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양자회담은 하루 만에 철회로 끝났지만 이번 소동을 계기로 야권 내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친문(친문재인) 진영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추미애#더민주#영수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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