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불쑥 꺼낸 ‘양자회담’… 제의 14시간만에 의총서 뒤집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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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 이후]추미애, 朴대통령과 회담 철회
오락가락한 제1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격 양자회담을 제안해 청와대와 합의를 해놓고 당내 반발에 못 이겨 취소하면서 ‘최순실 정국’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반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 13시간 50분 만인 오후 8시 20분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8·27 전당대회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발표했다가 당 안팎 반대 여론에 취소한 이래 두 번째 흠집이 난 셈이다.
○ “대표 마음대로?” 거센 반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추 대표의 양자회담 제안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민주당은 당초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양자회담이 예정된 15일 의총을 열기로 했지만 당내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날 오후 4시로 의총을 앞당겼다.

 추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단독 회담) 제안이 나왔고 이를 두고 고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전날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송영길 의원은 “(14일 연석회의에서) 영수회담은 브레인스토밍 차원으로 이야기했고 분명 야3당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이렇게 당 공식 절차 없이 급박하게 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의 양자회담 결정 과정에 비선(秘線)들이 움직였다는 문제 제기도 적지 않았다. 안민석 의원은 “어제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는 아무 결론이 없었는데, 이 중요한 결정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면 문제다. 이걸 (당내) 비선 라인이라고 하는 거다”라며 “대표 체면 때문에 영수회담 번복하지 않으면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도 “영수회담은 (당내) 공식 의결기구를 거쳐 결정돼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잘못된 것이다”라며 “이게 분명해지지 않으면 또 다른 (당내) 최순실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는 건 촛불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오제세 의원은 “5000만 모두가 아니라는 대통령을 우리가 왜 만나냐. 우리는 공당인데 (이렇게 대표 마음대로 결정하면) 박 대통령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김상희 의원은 “영수회담을 해 성과가 없으면 19일 촛불집회에서 민주당은 돌팔매를 맞을 거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오후 7시경 의총을 잠시 정회하고 최고위를 열어 추 대표는 양자회담 철회를 밝혔다. 이날 의총 도중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와 종교계 인사들이 추 대표를 압박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秋, 정국 주도권 노렸지만…

 이에 앞서 추 대표의 14일 회담 제안은 당 지도부나 문재인 전 대표 측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추 대표는 전날 밤 결정하고 당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알렸다고 한다. 이어 14일 오전 6시 반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양자회담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상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추 대표 측은 “영수회담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계속 있었고 대표가 고심을 해오다 12일의 (촛불) 민심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과거 새천년민주당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추 대표와 한 비서실장의 ‘핫라인’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두 사람과 특수관계인 추 대표의 특보단장 김민석 전 의원이 매개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김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를 부인했다.

 그동안 정국 수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공을 들여왔던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회담 철회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언제든지 영수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당장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야당을 논의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추가 대국민 메시지 발표 정도다. 시기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뒤가 유력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권위가 완전히 실추됐다며 지도부 사퇴 논의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당내 리더십이 손상됐다. 당에 피해가 올 수도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도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장택동 기자
#영수회담#추미애#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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