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스카프로 얼굴 가린채 …‘프라다’ 신고 온 최순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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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모습 드러낸 최순실
‘국정농단 비선실세’ 檢출석 현장

 10월의 마지막 날, 서울중앙지검 현관은 국정 농단 의혹의 ‘몸통’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를 기다리는 국내외 취재진들로 오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비선(秘線) 실세’ ‘현 정부 권력서열 1위’라는 별칭에 걸맞게 300여 명의 취재기자가 모여들었고, 일부 방송사는 지미집카메라를 동원하거나 헬리콥터까지 띄워 최 씨의 출석 장면을 기록하려 했다. 출석 20분 전부턴 포토라인 주위로 미동조차 허용치 않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오후 3시 정각, 예정된 소환시간에 맞춰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온 최 씨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까만 벙거지 모자와 물방울무늬 스카프, 검은색 스리버튼 코트 차림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맨 그는 검찰 수사관 10여 명의 호위 속에 떠밀리듯 카메라 앞에 섰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문제적 여성’의 실물과 육성이 공개 석상에 처음 나오는 그 순간, 최 씨에 대해 규탄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가 난입해 취재진과 엉키면서 출석 현장은 카메라와 사람이 뒤엉켜 무너지는 아수라장이 됐다.

 “비선 실세라는 의혹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는 거듭된 질문에도, 최 씨는 연신 고개를 돌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울먹였다. 서울중앙지검 보안검색대 앞에서 주변 취재진에게만 간신히 들릴 법한 목소리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1층 출입문 앞에서는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흐느낀 게 전부였다. 인파를 뚫고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선 신고 있던 프라다 로퍼 한 짝이 벗겨져 청사 직원이 건네기도 했다. 이날 최 씨가 신고 있다 벗겨진 명품 로퍼 가격이 70만 원대라고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난이 일었고,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도 오랫동안 상위에 등장했다.

 검찰 수사관의 엄호를 받으며 7층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 최 씨는 “딱 한마디만 하라”는 기자의 마지막 요구에 “국민 여러분들,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껏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은 어느 누구도 단 한마디 속 시원히 듣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 문이 굳게 닫혔다.

 최 씨 측 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출석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의 표시는 자신으로 인해 큰 혼란이 일어난 데 대해 깊이 반성하는 것”이라면서 “법률적인 판단의 표시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씨가 검찰청 안으로 들어간 후 한 시민은 ‘시녀 검찰 해체하라’는 피켓을 들고 고성을 지르다 가져온 ‘개똥’ 한 무더기를 청사에 투척하기도 했다. 누리꾼들도 “죽을죄라는 말만 쓰면 진정성이 느껴지는 줄 아는데 자기 잘못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을 용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악어의 눈물 같아 역겹다”는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동혁 기자
#최순실#악어의눈물#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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