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유출 처벌 어떻게… 엇갈린 법조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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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朴대통령 사과]“기록물法 위반 판단 쉽지 않아”
“공무상 비밀누설 적용가능” 반론도
靑 연설비서관실서 초안 작성 ‘대통령 보고용’ 최순실씨에 전달된듯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에게 연설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과정과 유출 경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무·경제·교육문화 등 각 수석비서관실은 먼저 해당 분야별로 주요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한 자료를 만든다. 이를 취합해 연설문 초안을 만드는 역할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맡는다.

 각 수석실은 초안을 검토한 뒤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다듬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원고를 만든다. 박 대통령이 원고를 다시 한 번 점검해 수정한 뒤 연설문 최종본이 나오는 구조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연설문 내용이 상당히 바뀔 때가 종종 있다”며 “최종본은 행사 직전에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최 씨에게 전달된 연설문은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원고로 보인다. 최 씨의 PC에서 발견된 연설문에는 수정 흔적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최종 수정 단계에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실무 작업을 맡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정 비서관이 최 씨에게 원고를 보내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씨가 아니라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에게 문건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유출 당시 연설기록비서관이었던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감사는 이날 출근을 하지 않은 채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자료 전달은 e메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안에는 내부망과 외부망에 접속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청와대 문건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정황이 있다는 점도 e메일 발송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문서 관리는 엄격히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를 하면 e메일 발송자를 찾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본 것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연설문 유출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처벌 대상은 어디까지 포함될지 등 따져 봐야 할 쟁점이 많다.

 연설문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지만 유출 행위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과 ‘정윤회 문건’ 파문 사건에서 법원은 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다만 공개가 예정된 연설문이라도 연설 전까지는 기밀등급이 부여된 자료이므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박훈상·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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