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인권재단 표류시키는 더민주, 對北 저자세 여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0시 00분


코멘트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법에 규정된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출범을 못 하고 있다. 통일부가 사무실을 얻고 약 83억 원의 사업비까지 편성했으나 조직 구성이 안 돼 현판식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인권재단 이사(4명)와 인권자문위 위원(3명)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1년 전 첫 북한 인권법안 발의 때부터 줄곧 반대하던 더민주당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법 시행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송민순 회고록 파문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하면서 사전에 북한의 의사를 물어봤는지, 아니면 사후 통보했는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북한 주민의 인권에 눈을 감았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설사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의 주장대로 사후 통보한 것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방침을 외교통상부 장관과 미국보다 북측에 먼저 알렸다는 것은 심각한 대북(對北) 저자세로밖에 볼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회고록 파문이 일자 처음엔 색깔론이라고 반박하다가 “기억이 안 난다”로 말을 바꿨다. 어제는 “새누리당이 선거만 다가오면 색깔론을 고질병처럼 다시 하고 있는데 이런 아주 못된 버릇을 이번에 꼭 고쳐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어제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사견을 전제로 “송민순 회고록이 사실에 가깝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반응은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어제 “정치범 13만∼20만 명이 갇혀 있는 북한은 아이들까지 강제노역과 성적 인신매매에 속박돼 있는 국가”라며 북한을 14년째 인권 최하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했다. 유엔은 2014년 북한 정권을 ‘인도(人道)에 반하는 범죄를 자행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도록 안보리에 권고하는 결의도 채택했다.

 19대 국회에서 북한 인권법안이 통과될 때 문 전 대표는 참석하지도 않았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추미애 대표가 기권한 것을 보더라도 더민주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문 전 대표와 더민주당 지도부가 진보를 자처하고 진정 인권을 중시한다면 2007년 같은 대북 저자세에서 벗어나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더민주#북한인권법#송민순 회고록#문재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