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北에 안묻고 찬성했어야 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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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前장관 회고록 증언 파문
“노무현, 북한 의견 직접 확인한뒤 이렇게 됐으니 그냥 기권하자고 해”
문재인측, 시인도 부인도 안해
與 “國基 문란”… 진상파악TF 구성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한 뒤 기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가 유엔 표결에 앞서 남북 채널을 통해 표결 찬성에 반대한다는 북한의 반응을 확인한 직후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같이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전 장관은 “대통령도 기분이 착잡한 것 같았다”고 썼다.

 회고록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유엔 표결 하루 전인 2007년 11월 20일 저녁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 전 대통령의 숙소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도 했다. 유엔 표결에서는 찬성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체면을 살리고, 직후 외교부 장관을 해임해 북한의 체면도 살리는 고육지계를 검토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북한에)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라며 “사표 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송 전 장관은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역사적인 북남(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에 반(反)공화국(북한)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제안에 따라 ‘남북 경로로 확인하자’고 결론 내린 것으로 회고록에 기술된 문재인 전 대표 측은 14일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구체화해 가기 위해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에 의견을 물었는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기(國基) 문란 성격의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노무현#문재인#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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