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美정부 “대북정책 공조 악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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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같은 보편가치 엇박자에 당혹… 美대사 외교부 방문 찬성투표 요청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처리 문제는 남북은 물론이고 한미 간에도 첨예한 이슈였다.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기권을 하겠다고 천호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것은 표결을 하루 남겨 둔 11월 20일. 전날인 19일에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조중표 외교통상부 차관을 만나 한국이 표결에서 찬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고록에 썼다. 막판까지 미국이 한국의 결정을 뒤집으려 애쓴 것이다.

 앞서 11월 1일 기자회견에서 송 전 장관은 “2006년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 투표한 것이 우리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공언했다. 2007년에도 당연히 그 노선을 따르겠다는 확인을 한 것이다. 따라서 한 달도 안 돼 한국의 태도가 변한 것에 대해 미국은 당혹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 행정부는 한국이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대북정책 공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동맹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송 전 장관은 밝혔다. 한미는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평화체제 협상 출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짐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보편적 원칙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미국에 우리와 함께 평화체제 기반을 같이 닦자고 하기엔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고 송 전 장관은 말했다. 한국의 기권에도 표결은 찬성 97표, 반대 23표, 기권 60표로 통과됐다.

 결국 한국은 4년간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불참(2004년), 기권(2005년), 찬성(2006년), 기권(2007년)’하는 지그재그 행보를 보였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노무현#송민순#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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