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새한 이병의 아버지 전태웅 씨의 편지
사랑하는 아들아, 4월의 봄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겨울의 긴 추위 속에서 움츠려있던 생명체가 언 땅을 헤집고 다소곳하니 고개를 숙이며 새싹들이 솟아나는 구나. 나는 지금도 길에서 군복을 입은 병사를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너를 보는 듯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단다. 아직도 너와 함께 지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새겨지는구나. 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네 엄마에게 신발과 잠바를 사달라고 했을 때, 공부나 열심히 하라면서 나무라던 일이 정말 한이 된다. 네가 겨우 20여 년을 함께 살려고 했으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지 왜 이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느냐. 그 때 일을 후회하고 후회하여도 아빠는 너무 독선적이었고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 나이에 얼마나 입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까. 살아있을 때 단 한 번이라도 네 행동에 칭찬하고 네가 원하던 모든 것을 해주었다면 아빠는 지금처럼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않았을 텐데. 향기 나는 딸기 철이나 싱그러운 포도 철에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네가 생각나서 맛나게 먹을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새한아, 너와 헤어진 지 벌써 32년이 되었구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 뒤늦게 이 말의 깊은 뜻을 알겠구나. 아빠도 이제 80대 중반으로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구부정하고 걸음걸이가 느릿느릿하여 50이 넘은 너를 가슴에 담고 있는데 네 몸이 너무 무거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훗날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 네가 반갑게 아빠 손을 잡아줄 때 내 품에 너를 안고 싶다. 부디 네가 하늘나라에서 평화롭게 지내길 바란다. 아들아, 너를 사랑한다. 2024년 4월 26일 아빠가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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