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빨치산 혈통’이라면…김정은, 친인척에 ‘피의 숙청’? “되레 역풍 맞을 수도”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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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사진)와 그의 부인이 항일 빨치산 가문인 ‘백두산 줄기’ 출신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에 남은 태 공사 부부의 친인척들이 ‘김정은 식(式) 공포정치’에 희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 공사 부부가 빨치산 혈통일 경우 김정은이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해 잔혹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

18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군 간부 출신의 한 고위급 탈북민은 “최근 김정은이 탈북민 가족에 대한 연좌제 처벌 수위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태영호는 일반 주민도 아니고 한 나라를 대표하던 공사였지 않나”라며 “북한에 남아 있는 직계 가족은 물론 친인척까지 숙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정은도 외국에 나가 있는 북한 고위직들이 대북 제재의 현실을 절감, 자칫 이탈하진 않을까 늘 촉각을 곤두세워 왔기 때문에 태영호의 망명은 그 무엇보다도 충격적일 것”이라면서 “다른 외교관들이나 고위층 간부들이 태영호의 망명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본보기 차원에서 친인척들에 강한 처벌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태 공사 부부의 친인척들에 대한 보복성 숙청이 오히려 체제 균열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태 공사 부부가 빨치산 혈통일 경우 그의 친인척들이 김정은 체제에서 주요직을 맡고 있는 만큼 숙청이 도리어 권력 구조에 구멍을 낼 수 있고, 다른 빨치산 혈통들이 반기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태 공사가 항일 빨치산 태병렬의 아들이라는 설이 맞다면 태 공사의 형은 현재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자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인 태형철이다. 또 태 공사의 부인 오혜선이 항일 빨치산 출신인 오백룡과 친인척 관계라면, 오금철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일가인 셈이다.

북한 전문가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책임 추궁 차원에서 징계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이른바 ‘유혈 숙청’이 일어날 거라고 예단하긴 어렵다”며 “빨치산 세대를 건드렸다가 역풍을 맞아 체제 균열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도 “친인척들이 마냥 무사하진 않겠지만, 처벌 수위가 숙청까지 갈 것이라 내다보긴 어렵다”며 “태영호 망명 사실이 내부적으로 알려지면 (추가 이탈 등)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친인척들에 대한 후속 조치도 공개적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탈북민 역시 “김정은이 또 다시 대대적인 숙청을 자행하면 민심 이반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공포정치로 야기할 수 있는 ‘공포’에도 한도가 있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공포’가 ‘분노’로 바뀌어 결국엔 폭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은 대내외에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 돼 버리지 않았나. 지나친 숙청은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걸 김정은도 알 것”이라면서 “장성택 이후 고위층에 대한 숙청이 몇 번 있었던 걸로 알지만, 되도록 은밀히 진행하려고 한 걸 보면 외부의 ‘인권 압박’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태 공사 부부가 빨치산 혈통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아일보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태 공사가 북한 고위층 자제들과 함께 공부한 까닭에 태병렬의 아들이란 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태 공사의 부인이 오백룡과 6촌 간이라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태 공사의 부인이 오백룡 집안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덕을 볼 만큼 가까운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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