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전당대회 ‘계파 맞대결’ 눈치작전

비박 정병국 ‘2차 단일화’ 의지… 주호영 “친박 결집땐 생각해볼것”
친박은 ‘표 몰아주기’ 저울질… 이주영-이정현 선호 갈려 미지수

벽보 가득한 새누리 당사 1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1층에 붙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의 벽보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새누리당 8·9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의 2차 단일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디데이는 5일이다. 7일부터 대의원을 제외한 전국 선거인단 현장투표가 진행되기에 앞서 4일 마지막 TV토론회와 5일 충남 천안에서 제3차 합동연설회가 예정돼 있다. 대중적 인지도와 선거인단 득표를 높일 수 있는 기회는 활용하고, 단일화 여론조사를 위한 하루 이틀의 시간을 감안할 경우 5일이 적기라는 설명이다. 추가 단일화의 성공 여부에 따라 비박계 단일 후보와 3명의 친박(친박근혜)계 후보가 맞서는 전당대회 구도로 급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비박계 의원은 1일 “정병국 김용태 의원의 1차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호영 의원과의 2차 단일화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친박계의 움직임에 따라 단일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남권 단일 후보로 지지세 확장을 피부로 느낀다”며 “친박계 후보들의 ‘표 몰아주기’ 움직임이 나타나면 (단일화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을 바꾸려고 하는 세력, 혁신 세력이 모이는 것은 국민적인 요구”라며 주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친박계 주자들은 각자 완주를 강조하면서 비박계 후보들의 단일화를 맹비난하고 있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가 ‘인위적인 단일화’를 유도하기보다는 특정 후보의 표 몰아주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계 의원 상당수는 여론조사 추이와 영남권의 민심을 살피면서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아직까지 결정을 못 했다. 비박계의 단일화에 맞서 이길 후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의원을 보는 친박계의 시각차가 커 단일화에 버금가는 표 몰아주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3선인 이정현 의원에게 당 대표를 맡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친박계 공천 책임론’을 꺼낸 이주영 의원에 대한 불신감이 있다”고도 했다.

이날 TV조선이 주최한 당 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이주영 정병국 의원은 비박 단일화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의원은 “친박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면서 비박끼리 뭉치는 것은 편 가르기, 자기모순, 아전인수”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비박 단일화가 아니라 혁신 세력의 합심이다. 이 의원도 혁신에 동참한다면 함께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이주영 의원을 제외한 모든 후보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정현 의원이 지난달 29일 채널A 토론회 때와 달리 ‘즉각 사퇴’로 의견을 바꿔 눈길을 끌었다.

류병수 기자 gam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