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사드 설득… 계란 맞은 황교안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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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찾았지만 주민들 거센 항의… 황교안 총리 “안전문제 있으면 배치안해”
버스-승용차에 6시간 넘게 갇혀… 대통령 해외체류중 국정공백 불러

상의 찢어지며 탈출 경북 성주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15일 주민 설득에 나섰다가 오후 내내 버스에 
갇혔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약 6시간 반 만에 경찰의 도움을 받아 성주군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군청 시위 현장에서 
주민들이 던진 계란을 맞은 황 총리는 탈출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옷을 잡혀 상의가 벗겨지고 일부가 찢어졌다. 성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상의 찢어지며 탈출 경북 성주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15일 주민 설득에 나섰다가 오후 내내 버스에 갇혔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약 6시간 반 만에 경찰의 도움을 받아 성주군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군청 시위 현장에서 주민들이 던진 계란을 맞은 황 총리는 탈출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옷을 잡혀 상의가 벗겨지고 일부가 찢어졌다. 성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경북 성주를 방문했지만 설득은커녕 6시간 반 동안 준(準)감금 상태에 놓이는 봉변을 당했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반경 헬기 편으로 성주군 성산포대에 내려 오전 11시경 성주군청에 도착했다. 이어 군청 입구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3000여 명의 주민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드 목숨으로 막자’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흔들며 항의했다. 황 총리는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사드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됐다. 일부 주민은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향해 수십 개의 물병과 계란을 던졌다.

황 총리는 결국 설명회를 포기하고 군청으로 피신해 있다 낮 12시경 미니버스로 상경하려 했지만 주민 300여 명이 총리와 장관 등이 탄 버스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오후 5시 반경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미니버스에서 탈출한 황 총리는 주민들에게 붙잡혀 옷이 찢기는 등 1시간가량 곤욕을 치르다 겨우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벗어났다.

이 같은 불상사의 근본 이유는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주민 설득을 도외시한 정부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에 참가한 한 농민은 “사드가 그렇게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면 확정 발표하기 전에 제대로 안내하고 설명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총리실도 비판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총리가 봉변당할 것을 예상하고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영악한 술수를 부린 것 아니겠느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총리실은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차 몽골 울란바토르에 머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총리가 이날 오후부터 연락도 제대로 닿지 않는 공백 상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의 집단행동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주민들은 황 총리가 제안한 주민 대표 협상도 거절했다. 이날 사태를 지켜보던 성주군의 한 공무원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것은 좋지만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자칫하면 무분별한 ‘님비(NIMBY)’로 비치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주=장영훈 jang@donga.com / 우경임 기자
#사드#황교안#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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