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8월로 예정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권과 대권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 의원이 사실상 대권 도전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이 가세할 경우 더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 레이스는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4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23일 성명을 내고 “정권교체를 위해 뛰겠다. 앞만 보고 걸어가겠다”며 “그 앞에 있는 정치적 진로를 열어두겠다”고 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중진 의원은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은 결국 대권 직행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박 시장과 안 지사도 아직 대권 도전 여부를 공식화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두 사람이) 이미 물밑에서는 대선 준비에 착수했다”며 “두 사람 모두 연말이나 내년 초 공식 선언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좋은 후배와 경쟁하면 영광”이라며 맞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야권의 주요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대선 준비에 착수한 것은 총선에서 패한 여권에 뚜렷한 대선 후보가 아직 없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상황으로는 지지율과 당내 기반이 확고한 문 전 대표에게 다른 주자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문 전 대표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집중 지원을 받던 2012년과 달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 지사와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을 인정하는 분위기와 ‘2002년의 이변’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섞여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다양한 후보가 뛰어들어 경쟁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며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가 결선에 가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초선 의원은 “‘2002년의 노무현’이 다시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며 “다른 세 주자가 낮은 인지도, ‘문재인 대세론’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로드맵을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4명의 후보군 외에 손학규 전 상임고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가세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으로 당권 경쟁은 2파전으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은 일찌감치 당 대표 경선 준비에 나섰다. 다만 국회의장 경선 참여를 검토했다가 접은 원혜영 의원과 비주류 이종걸 의원의 결심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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