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상임위원장 자리, 24명 경쟁
정진석, 중재 시도했지만 안먹혀… 워크숍서 혁신 위한 토론은 없어
‘계파청산’ 선언문 낭독하고 끝내
“의원들 간에 입장을 잘 나누고 (상임위원장 자리를) 양보해 좋은 출발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렸으면 좋겠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0일 경기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워크숍을 시작하며 이렇게 요청했다. 20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처음으로 열린 ‘정책’ 워크숍이었지만 3선 이상 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상임위원장 ‘자리’에 쏠려 있었다.
일부 의원은 당내 중진 의원들에게 귀엣말을 건네며 중재를 요청하거나 서로 “내가 적임자”라며 신경전만 벌였다. 워크숍 내내 ‘상임위원장 교통정리’에 골머리를 앓은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내가 제일 나쁜 놈이 돼서 화나 죽겠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새누리당 3, 4선 의원은 24명. 그러나 새누리당 몫 상임위원장은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맡는 국회운영위원장을 제외하곤 7개밖에 없다.
정 원내대표는 워크숍 도중 상임위원장을 희망하는 의원들을 한곳에 모아 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양보하겠다”는 의원은 없었다. 6명이 경쟁하는 안전행정위원장을 노리는 박순자 의원은 정 원내대표와 만난 뒤 “새누리당은 (여성을 배려하는) 그런 게 선진화가 안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석호 의원은 “안 그래도 어려운 집안에 경선해서 또 그렇게 (갈등하게) 되면…”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상임위원장을 희망하는 의원들이 1년씩 번갈아 맡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안행위원장처럼 많은 의원이 몰린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날 워크숍은 상임위 경쟁으로 계파 청산을 해소하기 위한 난상토론은 사라졌다. 상임위원장 경선을 의식해 계파 간에 서로를 자극할 언행을 피하면서 침묵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크숍 일정 자체가 ‘당 혁신’과 거리가 멀었다는 비판도 많았다. 의원별 분임 토의는 ‘교육·복지’ ‘주거·환경’ ‘안전’ ‘일자리·경제’ ‘금융·공정’ ‘미래 먹거리’ ‘청년·소통’ ‘외교·안보’ 등 8개 분야로 나뉘어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정책에 대한 설명을 하면 의원들이 질의를 하는 형식이었다. 한 당직자는 “아직 상임위도 배분되지 않은 상황이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작 고질병인 계파 청산을 위한 토론은 없었다. 그 대신 외부 인사들의 특강,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주요 정책 및 법안 설명, 영화 ‘태양 아래’ 단체 관람 등으로 일정이 채워졌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북한 인권 실상을 담은 영화를 함께 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금이 그렇게 한가로운 상황이냐”고 토로했다.
워크숍 마지막 순서로 참석 의원들이 ‘다함께 협치, 새롭게 혁신’이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색 반팔 셔츠를 맞춰 입고 ‘계파 청산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은 “이 순간부터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것”이라며 실천 결의로 △대통합 정치 적극 실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20대 국회 구현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제시했다. 그러나 워크숍이 시작될 때 110여 명이었던 의원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 행사 말미에는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7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워크숍이 끝난 뒤 최경환 정진석 김성태 김태흠 의원 등은 과천역 앞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계파를 청산하고 화합하자”며 함께 술을 마셨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계파 간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혀 있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 같은 첨예한 사안은 다루지 않은 채 말로만 혁신 선언문을 낭독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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